서채현이 6일 일본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경기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김명진 기자
‘스파이더걸’ 서채현(18)이 생애 첫 올림픽을 8위로 마치며 파리 대회를 기약했다.
서채현은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 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에서 스피드(8위), 볼더링(7위), 리드(2위)를 더해 종합 8위(112.00점)로 대회를 마쳤다.
서채현은 이번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스포츠클라이밍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리드(15m 인공암벽을 6분 안에 더 높이 오르기) 종목 세계랭킹 1위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채현은 주특기인 리드에서 2위에 오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를 지켜보는 대회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환호와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예선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었다. 서채현은 지난 4일 열린 예선 때는 리드에서 1위에 오르며 종합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볼더링도 서채현의 발목을 잡았다. 첫 종목인 스피드(15m 인공암벽 빨리 오르기)의 경우 애초 서채현도 예선 때 “(20명 중) 18위를 예상했다”고 할 정도로 약했던 종목이다. 하지만 볼더링(4분 동안 주어진 과제 완등)은 예선 때 5위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던 종목이다.
앞서 예선 때도 서채현은 스피드에서 17위로 부진했지만, 볼더링과 리드를 거치며 17위→10위→2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스피드에서 점수를 내주더라도 볼더링을 디딤돌로 삼아 장기인 리드로 승부를 봐야 했는데, 이날은 디딤돌에서 미끄러진 셈이 됐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 등 경험을 치르지 못한 탓에, 여러 과제를 수행해 보지 못한 것이 볼더링 경기를 치르는 데 악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난도까지 너무 어려웠다. 경험 있는 선수들조차 쩔쩔 맸다.
기대하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서채현은 3년 뒤인 2024년 파리 대회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이번 대회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스피드, 볼더링, 리드 3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각 종목 순위를 곱해서 포인트가 가장 낮은 순위가 우승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우승한 얀야 가른브렛(슬로베니아)의 경우 스피드 5위, 볼더링 1위, 리드 1위로 총 5포인트로 미호 노바카(일본·45포인트), 아키요 노구치(일본·64포인트)를 제쳤다. 만약 서채현이 예선 때처럼 리드에서 1위를 했다면 56포인트로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서채현은 리드 1위까지는 홀드 2개가 부족했다.
3년 뒤인 파리 대회 때는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스피드 종목이 따로 분리된다. 즉, 볼더링과 리드만 합산한다. 이 때문에 도쿄 때는 콤바인 종목 1개에만 메달이 걸려 있지만 파리 때는 세부종목이 2개(스피드, 볼더링/리드)로 나뉜다. 체격과 체력적 요인으로 스피드가 약한 서채현의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이유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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