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인 것 같아요. 아니, 아쉬움이 조금 더 크네요. 실수만 안 했더라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5일 일본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을 마친 조광희(28)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빨갛게 익은 얼굴은 흥분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었고, 굵은 팔뚝에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힘줄이 불끈 드러나 있었다. 굳은살 박인 오른손은 당장이라도 노를 쥐고 바다를 가를 듯했다.
조광희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빛나는 아시아 최강 카누 선수다. 하지만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다. 조광희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올림픽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그의 주 종목인 200m가 세부종목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다음 올림픽부터는 종목을 바꿔 도전해야 한다.
간발의 차였다. 조광희는 이날 2020 도쿄올림픽 스프린트 남자 카약 개인전 200m 준결선 2조 경기에서 36초094를 기록하며 8명 중 6위에 올랐다. 결승 무대인 파이널A 진출 자격은 4위까지 주어진다. 이날 4위에 오른 스페인 사울 크라비오토의 기록은 35초934. 단 0.160초 차이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조광희는 “스타트 실수가 있었다. 정말 아쉽다”고 돌아봤다. 파이널B로 간 그는 36초440으로 8명 중 5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종 순위 13위다.
조광희가 5일 일본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카약 개인전 200m 준결승 경기에서 노를 젓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도쿄로 오는 길은 험난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조광희를 괴롭혔다. 제대로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자가격리는 특히 고통스러웠다. 조광희는 지난 5월 타이 빳따야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아시아예선에서 1위를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막판 담금질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지만, 오히려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최고조로 올라왔던 몸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는 “몸을 다시 끌어올리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비인기 종목인 카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훈련 환경도 열악하다. 이날 조광희를 울린 스타트 실수도, 훈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광희는 “유럽에서는 아예 기계를 활용해서 스타트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 한국은 국내 대회가 열릴 때만 기계를 이용해볼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광희의 오른손. 굳은살이 보인다. 도쿄/이준희 기자
그래도 그는 다시 노를 젓는다. “카누의 매력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그는 거친 물살을 가르며 매일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 지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충남 부여 출신의 소년은, 여전히 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만들 날을 꿈꾼다.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카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후배들이 나를 기억하며 업적을 뛰어넘을 수 있게 목표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조광희의 다음 목표는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며 대회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이다. “리우 때에 비하면 관심이 늘어난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응원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며 환하게 웃던 조광희. “올림픽은 자신의 종목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그의 바람처럼, 카누도 인기의 물결을 타고 순항할 수 있을까.
“덕분에 카누의 재미를 알았습니다.”
“한국 카누가 이렇게 잘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남긴 응원 메시지에선, 벌써 희망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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