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스카이 브라운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케이트 보딩 여자부 파크 종목 결선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선수가 울었다. 영국에 있던 가족들도 울었다. 이를 중계하던 방송사 캐스터도 울었다. 13살 어린 나이로 침착하게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당당히 세계 3위가 됐다. 영국 올림픽 참가 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13살28일)도 됐다.
영국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참가 선수인 스카이 브라운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케이트 보딩 여자부 파크 종목 결선에서 56.47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1위는 사쿠라 요소즈미(60.09점), 2위는 히라키 고코나(59.04점·이상 일본). 히라키는 12살343일 나이로 1936년 베를린 대회 때 조정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노엘 방데르노트(12살 233일) 이후 올림픽 최연소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라운은 어린 시절 유튜브를 통해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익혔다. 부모는 위험성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브라운을 말릴 수는 없었다. 2016년 미국에서 열린 반스유에스(US)오픈에 8살 나이로 참가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브라운은 평소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하는 운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남자아이들이 하는 그 어떤 운동도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작년 5월에는 훈련 중 낙상사고로 두개골이 골절되고 왼손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의 중상이었으나 브라운은 씩씩하게 “괜찮다. 일어나서 더 강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도전의식으로 브라운은 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경기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는 경기 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너무 흥분되고 믿을 수가 없다”면서 “내가 몇몇 소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내가 너무 어리고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를 믿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키나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하면 된다”고 밝혔다.
13살 브라운의 올림픽 도전은 스케이트 보딩에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브라운은 “2024 파리올림픽 때는 서핑 종목에도 출전하고 싶다. 한 번 도전해 볼 것”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