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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도 하는데 술은 왜 안돼?”…코로나 긴급사태 무색한 도쿄

등록 2021-08-04 14:59수정 2021-08-05 02:33

일본 젊은이들이 지난달 31일 일본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거리에 모여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젊은이들이 지난달 31일 일본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거리에 모여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은 무관중, 술집은 ‘무음주’라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요.”

일본 도쿄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미즈나시 레나(29·가명)는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버블 방역이 개막도 전에 무너지고, 긴급사태로 음식점과 술집의 주류 판매가 완전히 금지됐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지금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삶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도 하는데 술은 왜 못 파느냐’는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규칙이 잘 지켜질 리 없다”고 했다.

실제 도쿄 시내는 긴급사태가 내려진 곳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본과 스페인의 축구 준결승이 열린 3일, 저녁 8시 이후에도 우에노역 인근 아메요코 시장은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신주쿠 가부키초 일부 술집에서는 티브이로 축구 중계를 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유흥업소 직원들은 거리에 나와서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벌였다. 순찰을 하는 경찰들은 전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도쿄의 한 술집에서 일하는 아라키 유코(24·가명)는 “지금 요식업은 너무 힘들다. 장사를 안 할 수가 없다. 더욱이 올림픽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기모노를 입은 한 여성이 지난달 31일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저녁 8시 이후에도 열리는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기모노를 입은 한 여성이 지난달 31일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저녁 8시 이후에도 열리는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경찰들이 3일 밤 9시께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를 순찰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 유흥업소 직원들이 호객행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도쿄/이준희 기자
일본 경찰들이 3일 밤 9시께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를 순찰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 유흥업소 직원들이 호객행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도쿄/이준희 기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3일 저녁 9시께 일본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 있는 한 술집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3일 저녁 9시께 일본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 있는 한 술집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우에노 공원도 마찬가지. 이곳은 본래 노숙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공원을 가득 채운 건 술을 마시기 위해 공원에 모여든 인파였다. 벤치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심지어 공원 내 사찰에서도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성별도, 나이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격리기간 호텔 창밖으로 매일 이어지던 소음의 진원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비비시>(BBC)는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위해 노숙인들을 쫓아냈다’고 보도했는데, 그들을 쫓아낸 자리가 술집으로 변한 모양새다.

한 노숙인이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음주 금지 안내문이 붙은 펜스를 바라보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한 노숙인이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음주 금지 안내문이 붙은 펜스를 바라보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최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시민들의 방역 대책을 강화해 달라”고 강조하면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3일 고이케 지사가 지난 1일 도쿄도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쿄시민과 자영업자들이 방역 대책을 강화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올림픽 강행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 “옆에서 축제를 벌이는 데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는 지난 7월12일 502명이던 하루 확진자가 개막일인 7월23일 1359명으로 늘었다. 개막 9일째인 7월31일에는 4058명으로 급증했다. 8월2일 검사에서는 2195명으로 확진자가 감소했으나, 주말 검사 감소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은 월요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월요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과 확진자 증가 사이 연관성을 두고 갑론을박도 심화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고이케 도지사 등은 “올림픽과 코로나 확산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쿄의 코로나 감염자가 예상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금메달과 함께 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는가”라고 남기는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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