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람이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다이빙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 다이빙의 새 역사를 썼다.
우하람은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 다이빙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총점 481.85점을 기록해 전체 4위를 기록했다. 한국 다이빙 사상 올림픽 최대 순위다. 종전 기록은 우하람이 이번 도쿄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 기록한 7위였다.
이날 우하람은 예선과 준결승보다 확연히 좋은 경기를 펼쳤다. 올림픽 결승 무대라는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1차 시기 76.50점(공동 5위), 2차 시기 81.60점(5위), 3차 시기 91.20점(1위), 4차 시기 82.25점(3위), 5차 시기 68.40점(공동 7위), 6차 시기 81.90점(7위) 등 메달을 땄어도 손색이 없을 실력이었다.
우하람이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다이빙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우하람이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연기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다이빙은 흔히 찰나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중력을 거스르고 떠오른 잠깐의 순간 이뤄지는 기술의 향연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하람은 그 찰나의 순간을 화려하게 빛내며 자신의 이름과 다이빙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한국 다이빙 역사상 가장 반짝이는 찰나였다.
물론 그 찰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억겁에 걸친 노력이 필요했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 메달이 꿈이었던 우하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표팀 훈련마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위한 담금질을 멈추지 않았다. 박유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외박이나 휴가를 줘도 홈 트레이닝을 하며 몸 관리를 했다. 혹여나 코로나에 걸릴까 봐 외출도 삼갔다. 기술 훈련을 못 할 때면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끈질기게 노력했다. 어떤 종목이든 메달이 가능하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우하람의 오른쪽 어깨 뒤편에 새긴 오륜기 문신은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 때도 오륜기 문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을 일궜고, 11위를 기록했다. 이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올림픽 메달을 딴다”는 의미로 색깔도 바꾸고 파도 무늬도 새로 추가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였다.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 한국 우하람이 다이빙 연기를 모두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있었다. 우하람은 2일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고, 저희가 잘하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라곤 했지만, 단 2명뿐이었다. 여러 나라 기자들이 몰려 북적북적한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우하람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늘 시합 뛰면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결승에선 더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증명했다.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우하람의 비상은 그간 다이빙 불모지였던 한국에 희망을 뿌렸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우하람 자신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의 나이 이제 23살. 오른 무대보다, 오를 무대가 더 많다. “강인한 정신력에 완벽한 마무리까지 갖췄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박유현 감독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우하람의 찰나가 쌓여 만들어낼 역사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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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준결승 경기. 한국 우하람이 다이빙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