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오른쪽)과 공희용이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언니만 믿었다. 다 쳐주리라 생각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 짝이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소희(27)-신승찬(27·이상 인천국제공항) 짝을 2-0(21-10/21-17)으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메달 결정전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의 하태권-김동문(금메달), 이동수-유용성(은메달)의 맞싸움 이후 처음 열린 한국팀끼리의 대결.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선수들은 승패가 난 뒤 모두 포옹하며 위로와 축하를 나눴다.
이날 경기는 김소영-공희용 짝이 첫 게임에서 11점 차 대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고, 두번째 게임에서도 이소희와 신승찬이 16-17까지 쫓아왔지만 김소영-공희용 짝이 내리 3점을 따내는 집중력으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경기 뒤 공희용은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언니만 믿고 했다. 제가 잘 못 쳐도 언니가 다 쳐주리라 생각했다”며 웃었다.
좁은 공간에서 총알처럼 날아오는 셔틀콕을 처리해야 하는 복식에서는 둘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2019년부터 함께 훈련해온 둘은 환상의 조합이다. 복식 조합으로 출발한 첫해 4차례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2019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기량 발전상까지 받았다. 현재 세계 랭킹은 5위다.
한국 나이로 서른인 김소영은 “나이가 많은데, 올림픽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한국 팀과 대결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희용이와 원하던 목표를 이룬 것 같아서 고맙고 기분 좋다”고 말했다. 또 “이소희-신승찬과 너무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실수가 승부를 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아쉬운 성적 4위를 거둔 이소희와 신승찬은 속이 상할 만도 하다. 무엇보다 4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 짝에게 패배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게 남는다. 신승찬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동메달을 딴 적이 있어, 무관인 이소희의 마음은 더 착잡했다.
이소희는 경기 뒤 “열심히 준비했고…”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살짝 후회가 남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복식조를 이룬 14년 지기 친구인 신승찬은 “이소희에게 메달을 못 안겨줘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승찬은 또 “소희가 저를 받아준다면 계속 같은 조로 뛰고 싶다. 소희가 저를 지켜주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배드민턴은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자복식에서 동메달 하나를 기록하며 일정을 마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이효정-이용대) 이후 3개 대회 연속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김소영(왼쪽)과 공희용이 2일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 을 찍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