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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올림픽의 가치, 연대 말할 시간에 마스크부터 쓰라”

등록 2021-07-29 14:59수정 2021-07-30 02:39

올림픽은 치외법권? 허울뿐인 방역지침에 위태로운 도쿄올림픽
28일 일본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응원을 하고 있다. 바로 뒤에는 자원봉사자가 마스크 착용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8일 일본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응원을 하고 있다. 바로 뒤에는 자원봉사자가 마스크 착용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연설에서 ‘연대’(Solidarity)를 14번, ‘함께’(Together)를 12번 언급했다. 일본 내 올림픽 반대 여론에 맞서, 올림픽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듯했다.

바흐 위원장의 말이 무색하게, 이날 개막식을 본 일본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일부 선수단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당당히 입장하는 모습이 티브이(TV)로 전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연대를 언급할 시간에, 마스크부터 제대로 쓰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음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심각한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 여론은 오히려 들끓었다. 29일 기준 일본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개막 7일을 맞은 현재, 올림픽 현장에서 방역은 껍데기만 남았다. 28일 한국 남자 사브르팀이 금메달을 딴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도 일탈이 이어졌다.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헝가리 펜싱 대표팀 관계자들은 관중석에서 마스크를 벗고 경기 내내 고함을 쳤다. 플레이북에 규정된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지만, 어떤 제재도 없었다.

일부 선수들도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선수촌 내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에는 일부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규칙을 무시하는 통에, 결국 조직위가 30초 ‘노 마스크’ 촬영을 허가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은 30초 시간제한도, 서로 접촉해선 안 된다는 규정도 무시되고 있다.

기자들이 모이는 도쿄 프레스센터는 마스크 미착용자가 넘쳐난다. 이에 대해 수차례 조처를 요구했지만, 조직위는 “좋은 의견에 감사하다. 조처하겠다”는 말뿐이다. 조직위의 방치 속에, 방역수칙 위반 사례는 정도와 빈도를 더해가고 있다. 결국 28일에는 해외 언론 관계자 중에서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8일 일본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단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고함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8일 일본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단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고함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사격 에이스 진종오도 한국에 돌아와 “방역이 거의 되고 있지 않다”며 조직위를 비판했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에서 “안경에 김이 서리는 등 불편함이 있다”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경기 중에 마스크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조직위가 오히려 “결선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며 이를 막아섰다. 다분히 티브이 중계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이쯤 되면 바흐 위원장이 말한 연대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쿄올림픽이 연대하는 이들은 코로나와 싸우는 평범한 이들이 맞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올림픽 중계로 이득을 보는 대형 방송사와 이번 대회에 정치적 명운을 건 일본 정부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직위가 진정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정해진 규칙부터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만 한다.

선수들을 비롯한 참가자들도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자의든 타의든 올림픽을 위해 큰 희생을 치르는 현지 일본인들 덕분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선 그들과의 연대는커녕 존중조차 느끼기 힘들다.

올림픽이 운동선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 이 무대의 시상식에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로서는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메달을 목에 걸고 마스크를 쓴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게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나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타인과 연대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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