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펜싱 선수 페레스 모리스 패하자 코치 급하게 종이 구해 프러포즈 문구 써 청혼 최고의 위로 받아…“이겼다면 더 기다렸을 것”
마리아 벨렌 페레스 모리스 SNS 갈무리.
오랜 기간 준비한 올림픽. 그런데 32강전 첫 경기에서 졌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방송 인터뷰를 하던 때, 인생 최고의 위로를 받았다. 17년 남자친구의 청혼이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리아 벨렌 페레스 모리스(36·아르헨티나)는 지난 24일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32강전에서 헝가리 선수에게 패해 탈락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 펜싱 종목에 출전했다. 실망한 표정으로 아르헨티나 방송과 경기 패인에 관해 얘기 하던 때 루카스 소세도 코치가 뒤에서 A4 용지를 들어보였다. 종이에는 스페인어로 “나랑 결혼해줄래??? 제발”이라고 적혀 있었다. 페레스 모리스는 뒤를 돌아보고 이를 확인한 뒤 활짝 웃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이에 소세도 코치는 무릎까지 꿇었고 페레스 모리스는 청혼을 받아들였다.
페레스 모리스는 27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진행자가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종이 내용을 보는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면서 “우리는 아주 행복하고 아주 괜찮은 짝이다.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혼에 관해 얘기를 해왔지만 이렇게 청혼을 받을지는 몰랐다. 남은 삶을 평생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세도 코치는 경기 전날 밤부터 프러포즈를 생각했고 페레스 모리스가 경기에서 패하자 급히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 종이를 구해 청혼 문구를 썼다. 소세도 코치는 “만약 페레스 모리스가 경기에서 이겼다면 기다렸을 것”이라면서 “페레스 모리스를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마리아 벨렌 페레스 모리스 SNS 갈무리.
이들은 펜싱을 통해 만났다. 소세도 코치도 한때 펜싱 대표선수였다. 페레스 모리스와는 코치-제자로 만났고 커플이 돼 17년째 만나고 있다. 2010년 처음 소세도 코치가 청혼했지만 당시에는 페레스 모리스가 거부했다. 결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1년 만에 다시 받은 청혼에는 기꺼이 답을 줬다. 이들은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약혼을 축하할 계획이다. 그들의 올림픽은 ‘해피엔딩’이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