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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포효 이끈 ‘2.4cm 한발’…남자 양궁 단체전 금

등록 2021-07-26 16:58수정 2021-07-27 09:23

막내 김제덕, 한일전 슛오프서 ‘텐’
중심에 2.4cm 더 가까워 결승행
대만과 결승에선 6-0으로 완승
남자 양궁 김제덕(왼쪽)이 26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일본과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남자 양궁 김제덕(왼쪽)이 26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일본과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들은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 그대로였다. 또 한 번 양궁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이번엔 남자 단체전이다. 개막 4일 만에 3개의 금메달이다. 남은 남녀 개인전에서 1위에 오르면 5개 금메달 싹쓸이도 가능하다. 만약 전 종목을 석권하면,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리우 때 전 종목(당시 4개)을 석권하며 일궜던 ‘퍼펙트 코리아’의 재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 오진혁(40), 김우진(29), 김제덕(17)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대표팀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팀은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만나 6-0(59:55/60:58/56:55)으로 꺾었다. 이날 일본 도쿄에 태풍 8호 ‘네파탁’이 접근하며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한국 선수단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베테랑 오진혁, 에이스 김우진, 신예 김제덕의 ‘삼위일체’가 빛났다.

결승보다 준결승전이 험난했다. 한국은 개최국 일본과 맞붙었는데 4-4 동점을 이룬 뒤 슛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양 팀 선수들이 한 차례씩 화살을 쏘는 슛오프에서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28점을 기록했지만 김제덕이 중심부에 가장 가깝게 쏜 화살 덕에 일본을 제압했다. 김제덕이 쏜 10점 화살은 중심에서 3.3㎝, 일본 가와타 유키의 화살은 5.7㎝ 떨어져 있었다. 단 2.4㎝에 희비가 갈린 셈이다. 경기 뒤 오진혁은 “김제덕이 오늘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회 2관왕에 오른 김제덕은 개인전 우승까지 3관왕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올림픽 양궁 통산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등 총 메달 42개의 대기록을 세웠다. 명실상부 양궁 최강국이다. 이를 두고 해외 언론은 “여름올림픽은 미국이 수영, 케냐가 장거리 육상, 한국이 양궁에서 우승하는 대회”라고 표현했다.

한국 양궁의 강점은 무엇보다 두터운 선수층에 있다. 25일 여자 양궁 주장 강채영(25)은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에 대해 “종이 한장 차이 실력으로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실제 강채영도 세계랭킹 1위였던 당시 2016 리우올림픽 선발전에서 단 1점 차이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다음해 선발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장담할 수 없어, 오죽하면 ‘국가대표 선발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국가대표 선발의 공정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한양궁협회는 “매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실력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 도중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자,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과 2021년에야 첫 성인 국제대회에 나섰던 김제덕이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다.

철저한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때 진천선수촌과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훈련장을 설치했다. 자은도는 바닷바람이 많이 부는 등 유메노시마와 기후가 비슷한 곳이다. 실제로 이날 태풍으로 바람이 많이 불자, 박채순 총감독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우리에겐 오히려 좋다”고 자신감을 보일 정도였다. 단순히 자연환경만 닮은 것이 아니라, 표적판 뒤에 벽과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선수가 과녁을 조준할 때 생길 수 있는 빛바램, 눈부심 등 상황을 조성했다. 무관중 경기에 대비해 빈 관람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훈련 과정도 올림픽을 진행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랭킹라운드, 혼성전, 단체전, 모의경기 등 올림픽과 동일한 경기방식의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 상황에 따른 영어와 일본어 아나운서 방송을 준비했고, 소음과 박수는 물론 카메라 셔터 소리 효과음까지 준비했다. 심지어 올림픽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고려해, 믹스트존까지 실전처럼 운영하며 선수들이 모든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게 도왔다.

그간 쌓여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훈련방식도 한국 양궁의 큰 자산이다. 안면 인식을 통해 심박 수를 측정해 선수가 어떤 상황에 긴장하는지를 분석하고, 뇌파를 분석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런 자료들이 쌓여 개인에 맞춘 치밀한 대회 준비가 가능해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에게 맞춘 명상 훈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다.

단체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30일 여자 개인전과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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