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바울(위)이 2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66㎏급 경기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누엘 롬바르도에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두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동메달을 딴 그는 울었다. 하지만 금메달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상을 향한 도전 정신만으로 ‘잘했다’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유도의 간판 안바울(27·남양주시청)이 2020 도쿄올림픽 66㎏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누엘 롬바르도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이은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롬바르도를 꺾은 안바울은 동메달 확정 뒤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한동안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 상대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하게 포효했다.
안바울이 2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66㎏급 경기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누엘 롬바르도에게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바울은 2018년 말 병역특례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실적 허위 기재로 대표팀에서 방출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 등으로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오뚝이 같은 의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유도는 힘에 바탕을 두지만 빠른 두뇌 회전이 필요한 경기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은 최상의 수다. 경기 운영 능력도 필요하다.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안바울은 이날 4분간 펼쳐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특히 경기 후반 단 한번의 노림수로 상대를 제압했다. 기회는 1분40여초를 남긴 시점에 왔다. 손기술을 사용해 상대와 씨름하면서, 발 밖과 안을 차례로 치면서 중심을 흔든 그는, 곧바로 왼손 업어치기 기술에 들어가 롬바르도를 매트에 꽂았다. 몸 전체가 한바퀴 구르며 떨어지는 통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바울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이 떠올랐는지 다시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던 송대남 감독은 넉넉한 가슴으로 깊은 포옹을 나누며 제자를 토닥였다.
안바울은 2016 리우올림픽의 한을 갖고 있었다. 은메달을 땄음에도 경기 뒤 주저앉을 정도로 실망했다. 4강전에서 천적인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를 꺾어 금메달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나,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레에게 1분여 만에 한판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 대회 연속 입상만으로 그 노력은 충분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안바울(왼쪽)이 25일 일본 도쿄 지오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kg급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금메달리스트인 일본 아베 히푸미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처장은 “안바울 선수가 2018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빚어진 체육요원 봉사활동 문제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워낙 성격이 좋고 착실한 선수다.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잘 재활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의 남자 유도 간판 아베 히후미(24)는 이날 66㎏급 결승전에서 바자 마르그벨라슈빌리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아베의 누이동생인 아베 우타(21)도 오빠에 앞서 여자 52㎏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에서는 두 남매 선수의 동반 금메달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