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태권도 대표단 최영석(왼쪽) 감독이 24일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오른쪽) 선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타이가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감독은 올해 타이로 귀화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머리카락 한 올 차이의 승리. 사상 첫 금메달은 그래서 더 짜릿했다.
한국인 최영석(47) 감독이 이끄는 타이 태권도대표팀이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주인공은 최 감독으로부터 오랜 조련을 받은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24)이다. 옹파타나키트는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49㎏급(플라이급) 결승에서 스페인의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18)를 11-10으로 눌렀다. 종료 7초 전 시도한 몸통 발차기 한방으로 2점을 얻어, 1점 차로 역전승을 거뒀다. 최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안게임과 세계챔피언십에서 금메달 시대를 연 타이는 마침내 올림픽에서도 새 역사를 열었다.
승리의 현장에서 가장 기뻐한 이는 한국 출신의 최영석 감독이다. 2002년부터 타이 대표팀을 이끌어온 최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타이 선수단을 이끌고 태권도에서 5개의 메달(은 2, 동 3)을 따냈는데,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수확했다. 주니어 시절인 11살 때부터 최 감독의 지도를 받아 온 옹파타나키트는 리우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기어코 금메달을 품었다.
최 감독은 일찌감치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6년 타이체육기자협회에서 주는 최우수지도자상을 탔고 그해 말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최 감독의 조련을 받은 타이 선수들이 급성장하면서 주요 국제대회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잦아졌다.
20년 간 현지에서 타이 태권도를 발전시켜온 최 감독은 타이 제자의 올림픽 금 소식이 확정된 뒤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늘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지만 번번이 은,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정말 가능성이 보였고 욕심도 갖고 있었다. 타이 태권도 역사를 새로 쓰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올해 타이로 귀화를 신청해 국적 변경을 진행 중이다. 최 감독은 “타이에서 20년을 살면서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타이 태권도의 올림픽 역사를 새로 만들고 싶다”고 귀화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태권도뿐만 아니라 스포츠 외교 쪽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데 외국인으로서는 제약이 많다. 몇 년 전부터 타이로부터 귀화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귀화 절차는 8∼9월에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타이는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여자 49㎏급과 남자 58㎏급에만 선수를 내보내 24일 하루로 대회 일정을 마쳤다. 남자 58㎏급의 람나롱 사웨크위하리는 이 종목 우승자인 델라퀼라 비토(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만나 탈락했다. 최 감독이 이끄는 타이 태권도대표팀 일행은 25일 귀국길에 올랐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