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8강전에서 패했다. 그런데 동메달 획득의 기회가 생겼다. 왜일까.
한국 유도 경량급 간판 김원진(29·안산시청)은 24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60㎏급 8강전 옐도스 스메토프(카자흐스탄)와의 경기에서 절반 2개를 내주고 패했다. 하지만 8강전 탈락이 메달 도전 좌절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패자부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도에는 패자부활전 규정이 있다. 8강 진출자들은 우선 A1, A2, B1, B2 그룹으로 나뉘고, 각 그룹 승자가 4강에 진출한다. 8강전에서 진 4명의 선수는 A, B 그룹에서 패자부활전을 펼친다. 여기에서 이긴 승자는 4강전에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2명과 엇갈려 싸우게 된다. 승자 2명은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8강전 패배는 금, 은메달 획득 실패만 의미할 뿐이다. 김원진은 패자부활전에서 루후미 치흐비미아니(조지아)를 연장 접전 끝에 골든 스코어 오른팔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꺾고 패자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1월 돌아가신 아버지 영전에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지만,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태권도도 유도처럼 패자부활전이 있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기준은 결승 진출자 2명이다. 1라운드(64강전)부터 8강전까지 결승 진출자에게 진 선수들끼리 패자부활전을 펼친다. 이후 패자부활에서 살아남은 2명이, 4강에서 패한 선수들과 맞붙는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첫 경기에서 패했어도 자신을 이긴 선수가 결승까지 진출했다면 동메달 획득 기회는 있다. 강자에게 한번 패했다고 끝이 아니라 한 번의 기회를 더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일례로, 태권도 남자 68㎏급 이대훈(29)은 16강전에서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 패했는데 라시토프가 결승까지 오른 덕에 패자부활전 기회를 얻었다. 금메달은 놓쳤으나 동메달 결정전 도전으로 3연속 올림픽 메달을 딸 기회는 얻은 것이다.
레슬링도 대진 방법만 다를 뿐, 태권도의 패자부활전 방식과 유사하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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