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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세계 정상 ‘스파이더 걸’ “암벽 위에서 인생 절반 살았죠”

등록 2021-02-11 10:59수정 2021-02-11 11:04

[도전! 2021]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 1위 서채현
클라이밍 즐기는 부모님 따라
7살 때부터 ‘암벽 사랑’ 시작
1주일에 4번 7~8시간씩 훈련
“올림픽 넘어 즐기는게 목표”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 서채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 서채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엄지발가락이 살짝 굽었다. 굳은살도 박였다. 클라이밍 때 한 치수 작은 신발을 신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밌다. 열여덟 인생 절반 이상을 암장에서 살았는데도 늘 신난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한다. “나, 서채현은 클라이밍을 사랑하는 클라이머다”라고.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 랭킹 1위 서채현을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만났다. 이곳은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다.

클라이밍의 시작은 부모님 영향이 컸다. 아버지, 어머니(전소영 씨)가 클라이밍을 즐겨 했다. 형제자매가 없어 7살 때부터 “혼자 있으면 심심해” 부모를 따라나섰다. 처음에는 줄을 달고 낮은 곳만 올라 “마치 그네 타는 것 같아서 재밌다는 생각만” 했다. 점점 난도가 높아지자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서 중간에 어정쩡하게 줄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암벽이 편해졌다.

처음 클라이밍 대회에 나갔을 때가 8살 때였다. 조그마한 체구에 언니, 오빠들 사이에 껴서 꼴찌를 도맡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저학년/고학년 부로 나뉜 대회에 처음 나가 2등을 했다. 스스로는 “중학교 입학 뒤 실력이 확 늘었다”고 생각한다. 서채현은 2019년 성인 무대(만 15살 이상 참가) 데뷔 경기였던 IFSC 클라이밍 월드컵 1차 대회(스위스 빌라를)에서 리드 부문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세계 대회가 입증한 진정한 ‘스파이더 걸’이라고 하겠다.

서채현은 실내, 실외를 막론하고 암벽 타기라면 전부 좋아한다. 암벽에 착 달라붙어 한 팔씩 뻗을 때마다 도전 의식이 생긴다. 그는 “클라이밍은 하는 것 자체가 매력이 있다. 못하던 난이도를 결국 했냈을 때의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승부욕 또한 강한 편이라 “대회 때 실수를 하거나 도중에 암벽에서 떨어지면 눈물이 벌컥 쏟아진다.” 또래 친구들은 그가 벽을 타는 모습만 봐도 “안 무서워?”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늘 “전혀 안 무서워”다. 다행히 여태 큰 부상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성한 훈련 일지는 계속 이어진다. 훈련 일지를 보면 한눈에 성장 과정이 보인다. 목표로 하는 난도와 달성 날짜 등이 적혀 있는데, 운동할 때는 “매섭게 몰아붙이는 성격”이란다.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아버지의 클라이밍센터가 있어 그나마 루틴대로 훈련 중이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것 외에는” 평상시와 달라진 점은 없다. 물론 마스크 때문에 숨이 더 가빠지는 것은 있다. 서채현은 현재 근력, 지구력 훈련 위주로 1주일에 4차례, 평균 7~8시간을 훈련장에서 보낸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넷플릭스를 보는 것. 그 흔한 연예인 덕질은 해본 적이 없는, 벽 타기에 푹 빠져 있는 10대다. 학교 성적도 꽤 좋다.

서채현 선수의 굽고 굳은살이 박인 엄지발가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채현 선수의 굽고 굳은살이 박인 엄지발가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현재 목표로 하는 난도는 5.15a. 클라이밍 최고 난도 중 하나로 이를 위해서는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 여의치가 않다. 작년에 국제 대회는 다 취소됐고 올해도 일정상 4월에 첫 대회가 잡혀 있지만 아직 개최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다른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볼 기회가 1년 남짓 없던 터라 그들의 현재 기량을 알 수가 없는 게 답답하기는 하다. 그래도 서채현은 “지금 나 말고는 다른 사람들 실력을 모르니까 그냥 내 훈련만 열심히 할 뿐”이라며 “나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도쿄올림픽에서 최초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1년 연기된 올림픽은 여전히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서채현은 “올림픽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못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기회는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클라이밍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어릴 적부터 손끝, 발끝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온 ‘스파이더 걸’ 서채현.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외에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안 다치고 즐기면서 하는 것.” 해가 바뀔수록 정복해야 할 암벽의 높이만큼이나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지는 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 서채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스포츠 클라이밍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 서채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클라이밍?여자?세계?1위?서채현(2003년생)양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영등포구 한 클라이밍 체육관(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클라이밍?여자?세계?1위?서채현(2003년생)양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영등포구 한 클라이밍 체육관(서종국클라이밍GY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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