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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팀워크로 ‘우생순 시즌2’ 꿈꿔요

등록 2021-01-20 04:59수정 2021-01-20 08:32

[도전! 2021] 핸드볼 국가대표 류은희

프랑스 리그 ‘이달의 선수’ 맹활약
‘친정’ 부산시설공단으로 국내복귀

유럽 선수들 힘·체력·속도 좋지만
우린 핸드볼 지능·임기응변 뛰어나
서로 잘 알고 믿기 때문에 가능

올 도쿄서 30여년만에 ‘금’ 노려
은퇴 뒤 어린 선수들 가르치고파
핸드볼 국가대표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가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SK호크스아레나에서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핸드볼 국가대표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가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SK호크스아레나에서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유럽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자신감도 얻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 국가대표 류은희(30·부산시설공단)는 힘차게 말했다. 한국 선수로는 오스트리아에서 뛴 오성옥 이후 8년 만에 유럽 진출을 이뤄낸 ‘월드 클래스’의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류은희는 프랑스 핸드볼 1부리그 파리92에서 주전 라이트백으로 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친정팀 부산시설공단으로 돌아와 현재 에스케이(SK) 핸드볼코리아리그를 치르고 있다. 그가 느낀 유럽 무대, 그리고 올림픽 각오를 들어봤다.

모든 것이 달랐던 유럽
류은희가 2019년 유럽 무대에 진출했을 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폭발적인 관중들의 함성과 선수들의 압도적 ‘몸’이었다. 180㎝의 키를 가진 그도 190㎝ 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유럽 무대가 높게 느껴졌다.

“선수들의 피지컬, 파워, 스피드 모든 것이 한국보다 수준이 높았다. 심지어 몸싸움도 아주 격렬했다. 경기장엔 관중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팬들이 선수 기념품을 사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가장 익숙지 않았던 것은 심판들의 성향이었다. 웬만한 반칙은 다 잡아내는 국내 무대와 달리 유럽 심판들은 거의 휘슬을 불지 않았다.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자꾸 몸을 부딪쳐 싸우다 보니 면역이 생겼다. 어차피 올림픽 경기도 유럽의 눈높이에서 치러진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이제 유럽 선수들과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류은희는 프랑스 리그에 곧바로 적응하며 지난해 2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이 ‘한국의 류,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국 선수들 센스는 세계 최고
유럽 선수들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선 필히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무조건 불리한 것도 아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국제적 성과는 이미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두 차례 목에 걸었고, 아시아게임에선 8번 출전해 7번 금메달을 땄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것엔 이론이 없다. 현재 세계랭킹도 아시아 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10위다.

“핸드볼 지능이 높은 거 같다. 순간순간 임기응변이 유럽 선수들보다 강하다”고 류은희는 말했다. 근원은 선수들끼리의 ‘믿음’이다. “서로를 잘 알고 믿기 때문에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동료가 받아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했다. ‘이심전심’에서 한국이 유럽보다 강하다는 얘기다.

한 수 높은 ‘핸드볼 지능’을 앞세운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이번 2021 도쿄올림픽에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뒤 30여년 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이후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류은희도 메달 갈증을 느낀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득점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실력을 과시했지만, 대표팀은 아깝게 4위에 머물렀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첫 올림픽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당시 워낙 몸이 안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좋다. 몸 상태도 가장 좋은 시기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동메달을 목표로 하면 얻는 게 없을 수도 있다.” 강한 어조로 자신감을 내비친 류은희는 “열심히 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재활하며 몸 상태 끌어올릴 것”
현재 그는 국내 복귀 뒤 무릎 내측인대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다. 애초 수술을 염두에 두었으나 정밀 검진 결과 수술은 필요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오히려 심각하지 않은 부상 덕으로 류은희는 몸 상태를 끌어 올리며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컨디션은 매우 좋다. 작은 통증만 있는 정도다. 리그 일정을 따라다니며 트레이너와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소속 팀 부산시설공단의 강재원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도 잡고 있기 때문에 배려를 해주고 있다. 그래도 현재 팀이 삼척시청과 리그 1, 2위를 다투는 중이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는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우선 팀 우승에 공헌해야 한다. 부상을 당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언젠가 볼을 손에서 놓게 되는 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방송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그런 걸 할 성격이 못 된다”라고 말한 류은희는 “두산의 윤경신 감독이나 우리 팀 강재원 감독처럼 지도자 생활, 특히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안전한 올림픽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이왕 열린다면 관중 앞에서 재밌는 경기를 치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운 류은희, 그의 뜨거운 열정이 엄동설한을 녹이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부산시설공단의 류은희. 청주/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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