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고 싶다.”
한국 남자도마 간판 양학선(28·수원시청)이 질주를 시작했다. 도약대까지 25m 거리를 초속 7.7m 안팎으로 달려야 하는 극한의 스피드. 그의 이름을 딴 ‘양학선’ 기술은 전방을 향해 커다란 회전을 하면서도, 지구가 자전하듯이 몸을 축으로 세 바퀴를 돌아야 해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2016 리우올림픽을 놓치고, 지난해까지 허벅지 부상 후유증에 고달팠던 이유다.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양학선은 전화 통화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은 완전히 해소됐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재발의 염려는 없다. 허벅지는 햄스트링이어서 조금 신경 쓰인다. 조심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조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 특히 도마는 달려가던 힘으로 공중 도약을 한 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몸을 돌리면서 수직 방향으로 ‘꽂아야’ 점수를 따는 고난도 운동이다. 양학선을 지도하는 신형욱 감독은 “반복 훈련만이 해법이다. 수천번 연습을 한 뒤 올림픽 무대에 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양학선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그는 “다음 올림픽은 기약할 수 없다. 체조의 규칙도 많이 바뀌고 있다. 힘들지만 다시 한 번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 무기는 ‘양학선’과 ‘로페즈’ 기술. 선수 이름을 딴 두 기술은 양학선에게 런던올림픽 금메달 안겼다. 양학선 기술은 도마를 정면으로 짚는(핸드스프링 유형) 난도 6.0점의 가장 어려운 기술로, 착지 시점에서도 전방으로 시선을 둔다. 난도 5.6의 로페즈 기술은 몸을 틀어 도마의 측면을 짚고(스카하라 유형) 돌아 착지할 때는 역방향을 보게 된다. 착지의 방향이 다른 두 개의 기술을 써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공중 회전(살토)을 하면서, 동시에 몸을 축으로 3바퀴 비트는(턴) ‘양학선 기술’만큼은 다른 선수가 따라올 수가 없다. 최근 규정은 착지 동작에서 준비된 움직임을 수행하지 못하면 엄청난 감점을 한다. 전체 동작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양학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난도와 수행 심판진이 점수를 평가하는데, 가령 난도 6.0에 수행 점수 10점 만점을 받으면 16점이 된다. 하지만 실수가 발생하면 수행 점수가 깎이면서 총점도 줄게 된다. 신형욱 감독은 “지난해말부터 근력 향상을 위해 웨이트 훈련과 기본기 연마에 집중해 왔다. 이달부터는 실전 모드에 들어가고, 3월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다. 이후 국내에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훈련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되다. 특히 양학선 기술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경기장 환경이나 매트의 재질, 심리 등 모든 것들을 통제하면서, 몸의 회전과 비틀기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9월 전국체전에서 완벽하게 양학선 기술을 해냈기에 자신감은 넘친다.
세계 정상에 여러 번 오른 만큼 관록도 쌓였다. 양학선은 “운동이 힘들지만 목표를 이뤄내면 내 몸을 갖고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든다. 관중이 많으면 긴장되기는 하지만, 나는 적당한 긴장이 오히려 좋다. 도쿄에서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체조의 간판 양학선의 재도전이 시작됐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