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방사능 불안 도쿄올림픽·핵발전소 재가동 강행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는 스포츠다. 정치와는 별개다.”
13일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2020 도쿄올림픽(7월24일~8월9일) 보이콧을 시사하는 말이 정치권 등에서 나오자 걱정을 표시했다. 아직 출전권도 따지 못한 종목이 많고, 4년간 올림픽만 기다려온 선수도 있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것이다. 더욱이 2032 남북 공동올림픽을 추진하는 남북한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도쿄 올림픽 방사능 안정성과 더위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의 문제는 크게 방사능 안전성과 무더위 두 가지로 모아진다. 야구와 소프트볼의 경우 일부 경기가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원전 부근의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가뜩이나 일본 정부의 원전 방사능 오염수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국내 시민단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과 식자재의 일부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쌀 등의 방사능 측정치가 일본 기준치에는 밑돌지만, 국내 기준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더위는 또 다른 복병이다. 1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열린 오픈워터 테스트 대회 뒤 <스포츠닛폰>은 “많은 선수가 악취와 높은 수온을 지적했다. 한 남자 선수는 ‘화장실 냄새가 난다’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날 수온을 밝히지 않았지만 오전 5시의 수온이 섭씨 29.9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수영연맹은 섭씨 31도가 되면 경기를 취소한다. 도로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 경보의 간판이자 남자 경보 20㎞ 세계기록 보유자인 스즈키 유스케는 지난 8일 “도쿄올림픽 경보 코스에서 훈련을 해봤다. 그늘이 없어서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0~22일 도쿄올림픽 단장 회의
20~22일 3일간 도쿄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각국 단장 회의에서는 방사능 안정성 문제와 식자재에 대한 우려가 전달되고, 일본 올림픽조직위의 독도표기 지도 수정 요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방사능 이슈가 각 나라 단장을 통해 제기된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에게 특식이나 도시락 등의 방식으로 부분적으로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2032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를 추진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또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활용한다는 인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 올림픽 메달 집착에서 벗어나야
2020 도쿄올림픽은 엘리트 스포츠의 승부 지상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스포츠혁신 과제가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대회다. 병역이나 연금 등 각종 혜택에 대한 개혁안이 논의되면서 엘리트 선수들의 사기가 과거와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가능한 한 경쟁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무리한 메달 경쟁은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체육학)는 “국제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려는 선수들의 노력은 당연하고, 메달을 못 따더라도 올림피언으로 최선을 다할 때 국민들은 박수를 쳐 줄 정도로 성숙했다. 또 스포츠와 정치를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