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 박지수와 로숙영이 1일 오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필사적으로 공을 막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관중석 상단에 ‘우리는 하나다’라는 큼직한 펼침막이 선보였다. 글자 사이엔 파란기 한반도기가 새겨졌다. 흰색 티셔츠에 파란색 한반도기가 그려진 남쪽 ‘원코리아 공동응원단’과 흰색 티셔츠에 ‘하나로’라는 파란 글씨를 새긴 북쪽 교민 응원단이 뒤섞여 앉아 남북단일팀 ‘코리아’를 목청껏 응원했다. 관중석의 남과 북은 이미 하나였다.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중국 응원단이 이따금 “짜요! 짜요!”를 외쳤지만 공동응원단의 응원 소리에 잦아들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남북 단일팀이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응원전만큼 치열한 경기 끝에 65-71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단일팀은 7 대 3 정도의 전력 열세라는 평가를 딛고 선전을 펼쳤다.
이로써 단일팀은 이번 대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앞서 카누에서 여자 용선 500m에서 금메달, 여자 용선 200m와 남자 용선 1,000m 동메달을 일궜다.
단일팀 남쪽의 경우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4연패에 도전하던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는데 4년 만에 다시 중국에 패권을 내줬다.
단일팀 주장 임영희는 두 팀 최다인 24점을 터뜨렸고, 장신센터 박지수(196㎝)는 15점 13튄공잡기로 활약했다. 그러나 높이를 앞세운 중국의 ‘만리장성’은 높았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점프볼에 이은 터치아웃 공격권이 한국이었지만 심판은 중국 공을 선언했다. 중국의 첫 공격에서 임영희가 슛블로킹에 성공했지만 심판은 중국에 파울을 선언해 자유투 2개를 줬다. 인도 주심과 일본·이란 부심으로 구성된 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경기 시작 3분도 안돼 10-0으로 벌어졌다.
단일팀은 1쿼터 3분30초가 지나서야 박지수의 중거리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남 박지수와 북 로숙영이 수비와 튄공잡기 등 궂은일을 해주고 임영희와 박혜진 등의 득점이 터지며 전반을 38-38 동점으로 끝냈다.
중국은 200㎝의 리웨루와 205㎝의 한쉬 두 장신 센터를 번갈아 투입하며 높이에서 압도했지만 단일팀도 끈질긴 투혼으로 접전을 이어갔다.
단일팀은 3쿼터 시작과 함께 40-38로 첫 역전에 성공했지만 북 로숙영이 3쿼터 중반 5반칙으로 퇴장 당하는 위기 속에 53-58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았다. 4쿼터에서 한때 59-60, 1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튄공잡기에서 31-45로 뒤지는 등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아쉽게 6점 차로 지고 말았다.
이문규 감독은 경기 뒤 “단일팀이 짧은 훈련 시간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30% 정도의 승률이었지만 대등한 경기를 했다. 중국은 남북 단일팀이 이렇게 센 팀이라는 맛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즌을 마친 뒤 합류해 준결승과 결승에서 활약한 박지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체력이 부족해 경기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임)영희 언니한테 고맙고 언니들이 정말 잘해줬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점수를 줄 수 없을 만큼 아쉬운 경기였다”고 했다.
맏언니이자 주장 임영희는 “지수가 ‘미안하다’고 했지만 지수가 활약한 덕분에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며 “남북 공동응원단께 금메달을 선물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 선수들과 짧은 기간 동안 한가족처럼 잘 지냈다. 헤어짐이 아쉽고 다시 만날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 북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북 로숙영은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 섭섭했다”면서도 “그동안 잘했는데 1등의 영예를 지닐 수 있는 것을 놓쳐 아쉽다”고 했다. 그는 남북 공동응원단에 대해 “힘든 속에서도 우리 팀을 응원해주시고 힘차게 고무해주시니 정말 힘이 난다”며 “북과 남이 하루 빨리 통일돼서 서로 오가면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북 정성심 코치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열심히 응원해주신 남측 모든 응원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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