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사브리 대표팀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란에 승리해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25-18로 여유있게 앞서가던 한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전체 9경기 가운데 6번째 경기에 나선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가 이란의 에이스 에스마일자드 파다만한테 고전하며 26-22로 추격을 허용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김준호는 경기 도중 달려드는 파다만이 칼을 뻗은 손으로 김준호의 턱을 강하게 쳤다.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김준호는 30-26으로 경기를 마쳤다.
위기의 순간 한국은 베테랑들이 나섰다.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이 7경기에서 35-27로 점수를 벌렸고, 부상 당한 김준호 대신 투입된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40-30을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관중석의 한국 선수단이 김정환을 향해 “잘했어!”하며 박수와 함께 함성을 보냈다. 김정환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에 화답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22·대전대)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3일 밤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이란을 45-32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 선수는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합작했고,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김정환과 구본길은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한번 금메달을 합작했다.
대표팀 에이스 구본길은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도 가져가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2관왕에 올랐다. 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됐다.
구본길은 경기 뒤 “어제 후배들과 (은퇴를 앞둔) 정환이 형한테 꼭 금메달을 선사하자고 했는데 뜻이 이루어져 너무 기쁘다”며 “열심히 준비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김정환은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인데 신구 조화로 금메달을 따 기쁘다”며 “후배들이 세계 정상을 계속 유지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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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아시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