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에서 남북 단일팀의 로숙영(오른쪽)이 인도네시아 소피아의 슛을 막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북쪽 선수들이 잘 달린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이 15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경기 인도네시아전 대승(108-40)으로 ‘로숙영 효과’를 실감했다.
단일팀의 가드 박혜진(우리은행)은 “북쪽 선수들이 잘 달린다. 볼을 잡았을 때 제가 빨리 뛰라고 하면 잘 들어준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뛰니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상대가 약팀이었지만, 북에서 온 센터 로숙영(25)은 이날 22득점, 8튄공잡기로 수훈갑이 됐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득점을 해주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모습이 돋보였다. 신장이 크지 않지만 골밑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다”고 칭찬했다.
센터 요원인 곽주영(신한은행)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로숙영은 더욱 필요한 존재가 됐다. 김소담(KDB생명)이 잠재력을 갖췄지만 아직 로숙영 정도는 아니다. 이문규 단일팀 감독도 출국 전 “로숙영은 당장 국내 리그에서 뛰어도 최상위 수준의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 남북 단일팀과 인도네시아의 경기 도중 남쪽의 김한별(오른쪽)이 벤치에 앉아 북의 로숙영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로숙영의 장점은 수비에서도 드러난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득점에서도 두 자릿수를 해준다면 좋은 선수다. 그런데 수비에서도 악착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단일팀의 조별 예선 4경기에는 중국과 일본이 없어 수월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강,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중국과 맞서기 위해서는 끈끈한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센터 박지수(라스베이거스)의 합류도 불투명해 선수단은 부상을 조심하고,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이문규 감독은 북에서 온 단신의 정통 포인트 가드 장미경(26)을 이날은 많이 노출시키지 않았다. 상대가 약체여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보여주지 않았다. 장미경과 로숙영 둘을 주력군으로 투입하는 카드는 앞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북쪽의 슈터 김혜연(20)도 이날 12점을 올렸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로숙영은 득점력이 좋아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로숙영도 새로운 지도자를 만나 새로운 농구를 접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