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북쪽의 로숙영이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족한 부분을 살뜰하게 메워주고 있다.”
이문규(62) 여자농구 단일팀 감독은 북쪽의 로숙영(25·181㎝), 장미경(26·167㎝), 김혜연(20·172㎝) 세 선수가 천군만마처럼 반갑다. 자질을 타고난 로숙영은 골밑싸움뿐 아니라 내·외곽 능력이 출중하고, 장미경은 정통 포인트가드 부재에 신음하던 대표팀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주었다. 간판 센터 박지수의 팀 합류 여부가 불투명해 12명 중 11명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비를 하고 있지만, 북쪽 선수의 가세로 숨통이 트였다.
이 감독은 “로숙영과 장미경은 당장 국내 프로리그에 데려와도 최상위급이다. 우리 선수들과 호흡도 잘 맞춰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위, 2002년 세계선수권 4위로 한국 여자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문규 감독은 “금메달을 목표로 자신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15~21일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카자흐스탄과 예선전을 벌이며, 조 1위로 8강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8강전을 이기면 4강에서 건너편 조의 중국이나 일본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결승에 진출해도 두 팀 중 하나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우승한다면 2014년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다.
이 감독은 “남북의 숙소가 다르지만 점심은 진천선수촌에서 같이 먹게 하고 있다. 옛날에 알던 사람처럼 서로 위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정겹다”고 덧붙였다. 북의 정성심 코치도 한마음이 됐다. 다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일정 때문에 합류가 늦어진 박지수 문제는 고민거리다. 이 감독은 “다 맞춰서 연습하는 상황에서 안타깝다. 빨리 합류할수록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누 종목의 드래곤보트에는 남북의 선수들이 6명씩 남·여 200m와 500m, 남자 1000m에 출전한다. 충주호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박규 남자 단일팀 감독은 “개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이 강세다.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했다. 1000m 장거리는 남자만 출전하는데, 한국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 박 감독은 “카누 1000m 종목을 경험한 선수들로 충원을 했다. 한번 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거리에서는 북쪽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
용어가 다르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쪽에서는 노로 물을 잡는 ‘캐치’를 북에서는 ‘첫물잡기’라 부른다. 물을 당기는 ‘미들’(드라이브)을 ‘당기기’, 노를 빼는 ‘피니시’를 ‘뽑기’라고 한다. 스타트를 ‘출발 땅!’이라고도 한다. 박 감독은 “영어보다 우리 고유말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느낌을 말했다.
조정에서는 3종목에서 남북 선수들이 단일팀을 꾸렸다. 남자 에이트(9명)와 남자 무타포어(4명),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2명)에 나서는데, 여자 경량급에서 동메달을 기대한다. 대한조정협회 관계자는 “남쪽 선수들이 나이나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조언을 해준다. 격하게 운동하는 종목이어서 선수들이 빨리 친해졌다”고 전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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