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이 지난해 11월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캐나다의 킴 부탱, 심석희와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누리집
전인미답의 정상을 오르려는 자가 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최민정(20·성남시청)이다. 1992 알베르빌겨울올림픽 때 처음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선수가 한번도 목에 걸지 못했던 여자 500m 올림픽 금메달. 전이경이 1998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첫 메달(동)을 따낸 이후, 숱한 선수들이 도전장을 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박승희가 결승에 진출해 초반 선두로 나서며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한테 걸려 넘어지는 불운 끝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500m에서는 딱 한번 금메달을 딴 적이 있는데, 1994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 때의 채지훈이다.
최민정은 13일 저녁 7시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시작되는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쿼터파이널)에 한국 선수로는 혼자 출전한다. 지난 10일 예선 8조 경기에서 42초870의 올림픽기록을 세웠기에 기대를 부풀린다. 준준결승에는 한조에 4명씩 모두 4개 조가 출전하는데, 최민정은 취춘위(중국),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 페트러 야서파티(헝가리) 등 비교적 쉬운 상대와 4조에 배치돼 있다. 준결승을 거쳐 결승은 9시10분 넘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전을 앞둔 최민정은 12일 오전 강릉 영동쇼트트랙 경기장 훈련 뒤 “500m는 워낙 짧은 순간에 승부가 나는 종목이라 변수가 많다.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세우 여자대표팀 코치는 “멀리서 보면 남자 선수인지 여자 선수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스피드가 많이 올라온 상태다. 후반 랩 타임도 좋다”고 했다. 최민정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냐는 질문에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종목이 나와의 싸움”이라고 답했다.
최민정은 2017~2018 시즌 500m는 물론 1000m와 1500m 모두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그가 넘어야 할 산은 2017~2018 시즌 월드컵 4차 대회 때 금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한 엘리스 크리스티(27), ‘나쁜 손’으로 악명 높은 판커신(25·중국), 킴 부탱(24·캐나다), 마리안 생젤레(28·캐나다) 등이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이 역대 겨울올림픽 500m 단거리 종목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서양 선수에 비해 약한 체격조건 때문에 출발이 느리고, 1000m나 1500m, 계주 등 중장거리 훈련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2관왕(남자 1000·1500m)인 이정수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단거리에서는 신체적으로 외국 선수들이 워낙 뛰어나다”며 “우리 선수들은 그런 불리함을 훈련과 노력으로 극복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민정에 대해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할 때 봤는데, 처음에는 출발이 느렸다”며 “그러나 스타트 훈련을 하면서 탄력과 순간스피드도 많이 좋아져 이번에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1m64, 54㎏인 최민정은 출발이 중요한 500m 금메달 획득을 위해 지난해부터 근력 훈련에 집중하고 체중도 늘렸다.
111.12m 길이의 코스를 4바퀴 반 도는 여자 500m에서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스타트가 빨라야 하는 것은 물론, 출발 직후 1위로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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