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
“2년 전 허리 골절이 됐는데 그때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어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0일 저녁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첫날 남자 1500m 결승에서 올림픽신기록(2분10초485)을 세우며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임효준(22·한국체대3). 그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그동안 7번이나 수술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무려 7번의 부상을 겪었던 그는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고, 마침내 4년 전 소치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에 값진 금빛 선물을 안겼다.
“어릴 적 꿈이 있었는데, 그게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거였습니다. 평창 하나만 보고 달려왔고 그것 때문에 부상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임효준의 10년 남짓한 선수 생활은 연이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수영 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져 초등학교 4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그는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해 1년 반 동안 스케이트화를 신지 못했다. 끈질긴 재활 끝에 빙판에 다시 서,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겨울유스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했지만 2년 뒤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다. 6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졌고 그 뒤에도 손목과 허리 부상을 당하는 등 불운은 계속 이어졌다. 오랜 부상 공백을 딛고 2016년에야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10위에 그쳤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선발전에 나가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7~2018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에이스로 떠올랐다. 임효준이 “월드컵 1차 대회 때가 더 기분이 좋았다. 올림픽은 너무 큰 대회라 (우승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는 ‘인생 경기’였던 셈이다. 특히 1000m 결승에서는 마지막 바퀴 직선주로에서 네덜란드의 강호 싱키 크네흐트를 제치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막판 스퍼트 때 허리를 다쳐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아 2·3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 복귀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단에 평창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은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팀 코리아 6명이 너무 열심히 했어요. 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같이 (결승에서) 뛴 (황)대헌이에게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있을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임효준은 남자 1000m(17일 결선)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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