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가운데)이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년 전 허리 골절이 됐는데, 그때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싶었어요. 이러다 죽겠다 생각했습니다.”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임효준(22·한국체대3). 그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Mixed Zone) 인터뷰에서 ‘그동안 7번이나 수술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고난의 세월을 견뎌왔음을 다시한번 토로했다. 그는 부상 당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고, 2014 소치겨울올림픽 때 ‘노메달’로 부진했던 한국 남자쇼트트랙에 값진 선물을 안겼다.
“어릴 적 꿈이 있었는데, 그게 평창에서 금메달을 타고 싶은 거였습니다. 평창 하나만 보고 달려왔고, 그것 하나 때문에 부상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임효준은 이런 말을 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는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팀 코리아 6명이 너무 열심히 했어요. 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있을 5000m 계주에서 무엇보다 금메달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올림픽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 그는 “월드컵 1차 대회 때가 더 기분이 좋았다”며 “올림픽은 너무 큰 대회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부상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는데, 도와줬던 분들이 너무 많았다”며 “그분들에게 일일이 카톡을 할 것이다. 일등 한 것도 팀원들 덕분”이라고 공을 주위 사람들에게 돌렸다.
임효준이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임효준은 지난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나갈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처음 나간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에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당시 남자 1000m 결승에서 마지막 바퀴 직선주로에서 네덜란드 강호 싱키 크네흐트를 제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막판 스퍼트 때 허리를 다쳐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았으며 2, 3차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때 부상에서 복귀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았다.
임효준이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것도 부상 때문이다. 수영 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이 터지는 부상을 입은 뒤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보다 더 큰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대주로 꼽혔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했고, 무려 1년 반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는 불운도 겪었다. 그러나 재활에 힘쓴 끝에 빙판으로 돌아왔고,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겨울유스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스타감으로 떠올랐다. 고교 2학년 때는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고, 오른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빙판으로 돌아온 뒤에도 손목과 허리를 다쳤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2018 평창겨울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불과 몇달 전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정수, 신다운, 박세영 등 기존 국가대표를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임효준은 “앞으로 경기가 더 남아 있어요. 여자는 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피땀 흘려 했습니다. 응원해주시면 더 잘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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