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북 쇼트트랙 첫 합동훈련에서 북의 정광범이 최민정 뒤를 따라 트랙을 돌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8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 김선태 총감독과 박세우 코치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이 오후 5시5분 시작된 뒤, 불과 몇분 만에 북한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윤철 감독과 정광범(17)이 나타나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애초 북한 팀의 훈련이 예고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광범은 스케이트를 신고 곧바로 아이스링크로 들어왔고, 박세우 코치와 대화를 나눈 뒤 한국(10명)과 독일(2명) 선수들의 훈련에 끼어들었다. 쇼트트랙에서 첫 남북 첫 합동훈련이 성사된 것이다. 얼마 뒤에는 지난 2일 첫 훈련 때 오른발목을 다친 최은성(26)까지 가세해 몸을 풀었다. 정광범은 한국 선수들 맨 뒤에서 나란히 트랙을 도는 훈련을 했고, 한국 남녀선수들의 계주 연습에도 동참해 터치훈련까지 했다. 정광범은 빙판을 천천히 들며 한국 여자선수 2명과 뭔가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선택 감독은 빙판에 물을 뿌리며 선수들의 합동훈련을 돕기도 했으나 윤철 감독은 밖에서 훈련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김예진(가운데)이 남북 쇼트트랙 첫 합동훈련 중 북의 정광범(왼쪽), 최은성과 빙판 위에 서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훈련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도겸(스포츠토토)은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별 얘기하지 않았다. 괜찮냐고 했다”고 말하며 지나갔다. 곽윤기(고양시청)는 “북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이 어리니까 후배하는 입장에서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고생해 한편으로는 기특하더라”고 했다. 김예진(한체대 입학 예정)은 “그냥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며 “선수촌 식당에서 만났는데 ‘못 생겼다’, ‘너도 못 생겼다’고 하며 웃었다”고 했다. 그는 “북 선수들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 똑같은 사람이다. 계주 훈련 때는 ‘열심히 타라’ 했다”고 전했다. 심석희(한체대)는 “북 선수들와 훈련하면서 친근해진 느낌이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날 북과 같이 훈련하게 된 것을 현장에 와서 알게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팀이 오늘 오전 우리 팀에 한국 훈련시간에 같이 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우리가 괜찮다고 해서 공동 훈련이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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