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 코파카바나 해변에 설치된 2018 평창올림픽 홍보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 평창조직위 제공
2016 리우올림픽은 2018 겨울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평창에 확실한 두 가지를 보여주었다. 배워야 할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 두 가지가 확연했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 이런 것도 있네’ 하는 놀라움이 공존했던 올림픽이라고 해야 할까.
서울의 가족들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더위는커녕 리우의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국토 면적만 해도 남한의 85배인 이 나라는 모든 것이 부럽기만 하다.
사실 리우에 오기 전까지 이 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모기에서부터 소매치기, 심지어는 권총강도 걱정까지.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었다. ‘조심하라’는 만장일치의 우려 속에 난생처음 여행보험에도 가입했다. 게다가 가방은 모기퇴치제를 비롯한 각종 의약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막상 겪은 리우는 언론을 통해 들어본 것과는 사뭇 달랐다.
겨울이니 모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가져온 모기약이 아직 박스째 남아 있으니까. 소매치기를 당했다거나 노트북을 도둑맞은 기자의 이야기를 들었으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리우는 왜 세계 언론으로부터 우려와 걱정의 표상이 되었을까?
이 나라는 1822년 세워졌는데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해 ‘파벨라’라고 하는 빈민촌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외국인들이 그 빈민촌 사람들로부터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하다 보니 인터넷에는 ‘절대로 가면 후회하게 될 곳’으로 도배되고 있다. 반면 수도 브라질리아는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경찰과 군인이 없었다면 아마도 대회 기간 내내 사주경계에 정신이 없었을 듯하다.
메인프레스센터(MPC) 주변에는 걸어서 갈 곳이 별로 없었다. 슈퍼마켓과 피자집 한두 군데 정도 외에는 걸어서 구경하거나 쇼핑을 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엠피시 내 매점이나 식당을 이용하려면 한 끼에 2만~3만원을 써야 했다. 비싸면 안 가면 된다는 경제논리를 따지기에 앞서 따로 갈 곳이 없으니 너무나 억울하고 불편했다. 국내외 취재기자들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엠피시를 ‘미디어 파벨라’라고 했다.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인 엠피시와 방송센터 바깥을 보기 위해 한참을 걸어야 했고, 또 시차 때문에 엠피시 내에서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자 붙여진 자조적인 이름이다.
결국 올림픽 참가자들은 코파카바나 해변 외에는 딱히 갈 곳이 없었다. 평창조직위원회가 홍보관을 설치한 코파카바나 해변은 대회 기간 내내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우리 홍보관은 개장 10여일 만에 방문객이 10만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였다.
서쪽 끝에서 동쪽까지 약 5㎞ 정도 되는 긴 해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게다가 길 건너 호텔과 아파트 앞 노천카페와 식당은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이 매일 밤을 즐겼다. 리우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바로 코파카바나 해변이었다. 풍부한 먹거리와 북반구의 혹서기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뜻한 겨울바다. 그게 바로 ‘리우의 보물’이었다.
꺼져가는 리우의 성화를 보면서 평창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코파카바나의 역할을 해줄 곳은 어디일까? 상하의 나라임을 느끼게 해준 라임향의 카이피리냐 칵테일을 대신할 음료는 무엇일까?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팔 것인가를 말이다.
아직 77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조직위와 강원도, 그리고 정부가 똘똘 뭉쳐 강릉과 평창을 코파카바나보다 나은 관광지로 만들어 낸다면 평창올림픽은 성공한 올림픽으로 치러낼 것이다.
몇 년 후 나는 리우, 아니 코파카바나 해변이 그리워질 것 같다.
성백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