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예상치 못했던 8강전 패배. 하지만 이대훈은 승자의 손을 올려주며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땄을 때는 편안해 보였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19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패자부활전에서 벨기에의 자우드 아찹을 11-7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1라운드 뒤졌지만 2라운드서부터 추격을 했고, 막판에는 얼굴 내려찍기 등 고급 기술을 선보이며 메달을 챙겼다. 특히 왼쪽 무릎이 꺾이는 고통을 참고 막판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

이대훈은 앞서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8-11로 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58㎏급 은메달리스트 이대훈의 금빛 도전은 끝났다. 하지만 경기 뒤 이대훈이 보여준 행동은 금메달 감이었다. 이대훈은 아부가우시한테 마음에서 우러나온 축하를 전달했다. 손을 들어주었고, 밝은 표정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다행히 아부가우시는 4강을 거쳐 결승까지 올라, 이대훈은 패자부활전에 진출해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세계 2위 이대훈의 호쾌한 발차기 동작은 세계 40위 아부가우시의 노련한 움직임으로 유효타로 연결되지 못했다. 반면 피하는 듯하면서도 적당한 때 이대훈의 얼굴을 노린 아부가우시의 공격은 점수로 착착 연결됐다. 3라운드 막판 이대훈이 거세게 달려들며 역전을 노렸지만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인 이번 리우 대회에서 체급을 올려 금메달에 도전했던 이대훈의 그랜드슬램 꿈도 사라졌다. 세계대회(2011, 2013년), 아시안게임(2010, 2014년), 아시아대회(2012, 2014년)에서 이미 2연패를 이룬 이대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따면 태권도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훈은 태권도를 진정 즐기는 표정으로, 승패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큰 선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대훈은 8강전 패배 뒤 “올림픽에서 메달 못 딴다고 해서 여기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몇 개월 몇 년 지나면 다시 잊힐 것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평생 갖고 살 게 아니다. 더 나은 사람 되기 위한 또 한가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졌다고 기죽어 있어지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나선 가장 아름다운 동작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