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민이 지난 8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아나바라 만에 있는 글로리아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요트 남자 레이저 경기 첫날 요트를 조정하고 있다. 이날 15위를 기록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우리도 올림피언인데….
요트의 하지민(27·해운대구청), 윈드서핑의 이태훈(30·보령시청), 경륜의 이혜진(24·부산지방공단스포원), 사이클의 박상훈(23·서울시청), 조정의 김예지(22·화천군청)…. 이름을 꼽자면 한정이 없다. 모두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에 출전했는지, 경기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송 중계가 관심 종목이나 인기 종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에서는 중계가 안 되거나 심야에 이뤄지는 해당 종목을 해외 방송 사이트를 통해서 보기도 한다.
윤상준 대한요트협회 과장은 “1인승 딩기요트인 레이저의 하지민 선수가 14일 새벽 1점 차이로 메달 레이스인 톱10에 들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했고,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을 거쳐 세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민은 바람의 힘만을 이용해 달리는 1인승 딩기요트의 10라운드 경기에서 총 109점(13위)을 따, 10위(108점)에 1점을 뒤졌다. 1등은 1점, 2등은 2점씩 점수를 주기 때문에 총점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1점만 줄였다면 총 46명 가운데 톱10에 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런던올림픽 때보다는 등위가 10계단이나 올랐다. 하지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원해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톱 세일러 가운데서 즐거운 도전이었고 또 다른 배움의 경기였다”고 썼다.
이태훈이 지난 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RS:X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윈드서핑의 국내 최강자인 이태훈도 13일 새벽에 끝난 RS:X에서 36명 중 종합 18위를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부터 런던을 거쳐 세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그는 전체 12라운드의 중반까지는 상위권 기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뒷심 부족으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윤상준 과장은 “해양이나 수상 스포츠는 유럽이 워낙 강세이고 우리는 저변이 엷어서 선수가 없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인용 딩기요트인 470에서는 김창주·김지훈이 출전하지만 톱10은 어려운 상황이다.
조정 남자 싱글스컬에 출전한 김동용, 여자 싱글스컬에 출전한 김예지도 지난주 열린 경기에서 일찌감치 대회를 정리했다. 둘은 모두 예선 19위로 패자부활전에 나갔지만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남자 카약 200m에 출전한 조광희-최민규 짝은 16일부터 경쟁에 들어가지만 역시 메달권 레이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이클 종목에서는 경륜 세계 4위인 이혜진이 조용히 대회를 마감했다. 14일 2라운드 1조(6명)에서 경쟁한 이혜진은 3위 안에 들어오면 6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가던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리듬을 잃으면서 격차를 벌린 선행 주자를 따라잡지 못했다. 7~12위전으로 떨어져 8위로 끝내기엔 4년간 공들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혜진은 “사이클에서 첫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운이 없었다. 모두 내 탓”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사이클 종목 가운데 옴니엄 경기의 박상훈도 15일부터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옴니엄은 이틀간 제외 경기, 개인추발, 스크래치, 플라잉 랩, 포인트 경기, 타임트라이얼 등 6개 세부 종목에서 경쟁을 벌이는 등 만능 사이클맨을 가리는 경기다. 박상훈은 첫날 제외 경기, 개인추발, 스크래치 세 경기에서 총 56점을 얻어 18명 중 14위에 자리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비인기 종목 가운데서도 더 음지에 있는 종목이 있고, 노출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종목에서도 정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하는 올림피언들은 많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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