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모 패라가 14일 오전(한국시각)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1만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오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 연합뉴스
총 트랙 25바퀴를 도는 육상 10000m 경기. 아뿔싸, 10바퀴째를 돌면서 모 패라(33·영국)는 갑자기 넘어졌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면서 준비한 지난 4년간의 노력이 한 번의 실수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갈 위기였다.
그는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침착하자(Don’t panic). 침착하자. 침착하자.”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했다. 그리고 그가 떠올린 것은 가족이었다. “다시 일어나자마자 가족을 떠올렸다. 그러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이렇게 끝낼 순 없었고, 이걸 극복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패라는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말했다.
패라는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1만m 결승에서 27분05초17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5바퀴를 남기고 다른 선수들과 부딪쳐 넘어진 패라는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패라는 차츰차츰 한 명씩 제쳐가며 힘을 냈고,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서 선두 폴 타누이(케냐)에 이은 2위였다. 그는 마지막 200m를 남기고 코너를 돌면서 타누이를 따라잡았고,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타누이에게 0.46초 앞섰다.
패라는 아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육상 스타인 패라는 아프리카 대륙인 소말리아에서 1983년에 태어났다. 아버지인 무크타르 패라는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정보기술 컨설턴트를 하고 있었지만, 무크타르가 고향인 소말리아에 가서 결혼했고 육남매를 낳았다. 1991년까진 무크타르 부부와 육남매는 소말리아 지부티 지역에서 함께 살았다. 하지만 1990년부터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이 발생했고, 그들이 살던 지역에서도 총성과 살인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1년 아버지 무크타르는 모 패라를 비롯해 육남매 중 세 명만 데리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모 패라의 쌍둥이 형제인 하산은 그 이후 12년간 형제를 만나지 못했다.
영어도 못하는 상태로 런던으로 이주한 패라는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운동이었다. 특히 축구를 무척 좋아했고, 런던을 연고로 하는 아스널 팀의 오른쪽 공격수인 융베리(스웨덴)의 팬이었다. 패라는 13살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학교 대표로 출전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체육교사 앨런 왓킨슨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패라는 20대 초반부터 유럽에서는 상당히 두각을 나타냈다. 23살인 2006년 예테보리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서 5000m 2위를 차지했고, 2010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선 5000m, 1만m를 모두 석권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남미계가 득세한 세계 육상계의 벽은 높아 보였다. 패라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5000m 금메달, 1만m 은메달을 차지했고 그 이후부턴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세계선수권 5관왕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패라는 경기마다 “가족이 내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패라는 2010년 결혼해 의붓딸 리애나를 비롯해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딸 리애나가 한쪽 신발이 벗겨진 채로 뛰어나와 패라에게 안겼다. 패라는 엄격히 규율을 지키는 이슬람 신자로도 유명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두 종목 2관왕 2연패를 노린다. 역대 올림픽에서 두 장거리 종목을 2회 연속 석권한 선수는 아직 없다. 육상 5000m 경기는 오는 21일 밤 9시(한국시각)에 열린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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