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가 10일 오후 (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기자회견의 관례처럼 돼버린 마지막 질문이 진종오(37)에게도 마찬가지로 던져졌다. 향후 목표에 대한 질문이다. 30분 전, 50m 권총 결선에서 대역전극을 써내며 사격 사상 첫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에게 선수로서 더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을까. 돌아온 대답은 “물론, 그렇다”였다.
진종오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후배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직 은퇴할 마음은 없다”며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면 진종오의 사격은 도쿄에서 그칠 일도 아니었다.
진종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사격인데 이를 뺏기고 싶지 않다. 그러니 팬들도 저를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정정당당하게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올림픽에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론 그것이 꼭 올림픽이 아니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사격을 할 수만 있다면 대회의 크고 작음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 적 장난감 총에 흠뻑 취해 있던 그로서는 사격장이 가장 즐거운 놀이터인 셈이다.
진종오는 1979년생으로 올해 나이 37살이다. 나이만 놓고 보면 어느 종목에서든 백전노장으로 불리거나 이미 은퇴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을 시점이다. 하지만 사격은 다르다. 사격은 선수 생명이 가장 긴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힌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순발력이 젊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더 뛰고 싶어도 후배와 경쟁에서 밀려 뛸 수가 없다. 하지만 사격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된다면 40, 50대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순발력과 근력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10년 넘게 진종오를 가르쳤던 김선일(59) 대만 사격 대표팀 감독은 “나 역시도 50살이 넘도록 선수 생활을 했다. 지금의 진종오의 기량이라면 선수 생활은 얼마든지 더 가능하다”며 “성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진종오는 이미 정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큰 시합에서 사격은 정신적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진종오는 평소 낚시를 즐기고 항상 곁에 책을 두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잡념을 떨쳐내고는 한다.
진종오의 모친 박숙자(65)씨는 아들의 올림픽 4연패 도전 의지를 지금이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부모 가슴 졸이는 사격은 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박씨는 “(진종오가) 나라의 아들인지, 내 아들인지 모를 지경이라 이젠 메달도 더 필요 없고 가족들과 자주 만나서 밥도 먹으면서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진종오를 갖기 1년 전 택시기사에게 받은 거스름돈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기념주화가 섞여 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진종오에게 사격은 운명이었던 셈이다.
고등학교 때 자전거 사고로 왼쪽 쇄골을 다쳐도, 대학 때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쳐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격. 매일의 훈련을 사격일기에 쓰고 있는 진종오는 “사흘 전 10m 공기권총 결선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건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사격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젠 내가 원하는 사격, 진종오다운 사격을 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이러한 사고의 전환으로 “올림픽 3연패에 대한 극심한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전성기인 진종오의 도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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