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한이 10일 밤(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90㎏ 이하 32강전에서 칠레의 토마스 브리세뇨에게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동메달을 땄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또다른 동메달리스트 청쉰자오(중국)의 감격해하는 얼굴과는 다르다. “잘했다”, “수고했다”는 주변의 격려에도 좀처럼 웃지 못했다. “태릉선수촌에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꿈을 꿨”는데 꿈의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던 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듯했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가서 동료들과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한다. “동한이 괜찮아요. 유도에서 금메달이 안 나오니 ‘내가 땄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아요”라며 올림픽에 함께 간 동료가 귀띔했다.
곽동한(24)은 11일(한국시각)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90㎏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웨덴의 마르쿠스 뉘만(세계 4위)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32강과 16강도 모두 한판승을 따내며 시원시원한 경기로 유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8강에서는 영리한 작전으로 반칙승(지도 4개)을 거뒀지만 준결승에서 아쉽게 절반 2개를 내줬다. “유도는 개인 운동이기에 부담감을 나누지 않는다”고 평소 말해왔는데 한국 유도대표팀의 성적이 저조한 것이 책임감을 짓누른 듯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잘될 거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생각대로 안 됐다”며 아쉬워하지만, 그가 보여준 땀과 노력은 금메달 이상이다. 곽동한은 2012 런던올림픽 때 송대남 현 남자 대표팀 코치의 훈련 파트너로 올림픽을 간접 경험했다. “대회 규모가 워낙 크고 관중이 많아 긴장됐다”면서도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려고 훈련에 매진했고 4년 만에 세계 1위까지 오르며,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가 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며 90㎏급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송대남 코치가 ‘유도 인생의 키’였다. 고교 시절 최고의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용인대 1학년 이후 어째 성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곤두박질쳤다. 송대남의 훈련 파트너가 되면서 태릉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었고, 이후 선수로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올림픽 전 “파트너 시절, 송대남 코치한테 업어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전수받았고, 기술을 따라 하고 연습하는 걸 보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동메달 결정전에 나오기 전 송 코치가 지난 경기를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 마음을 안정시켰다고 한다. 송 코치는 경기 전 <한겨레>와의 국제통화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앞만 보는 선수”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훈련 파트너에서 4년을 달려 올림픽의 주인공이 된 그는, 이제 도쿄를 향해 다시 4년을 달린다. “도쿄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그는, 리우에 가기 전, 올림픽이 끝나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좋아하는 쇠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며 특유의 눈웃음을 찡긋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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