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성국(오른쪽)이 10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옆에는 금메달을 차지한 진종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1일(한국시각) 2016 리우올림픽 사격 50m 권총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건 북한의 김성국(31)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황급히 빠져나갔다. “축하드립니다. 예상을 깨고 3위를 기록했습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라고 묻자 김성국은 동행한 관계자와 함께 이전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말없이 이동했다.
재차 묻자 김성국은 고개를 숙이고는 귀찮다는 듯이 “기분 좋은 거 하나도 없습네다”라고 답했다. 결선 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동메달이라 아쉽다. 첫 10발을 쐈을 때까지 내가 1위였는데 다음 10발을 잘못 쏴서 3위를 했다”고 말한 것에서 더 나아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어 김성국은 “최룡해 부위원장이 경기 전에 어떤 말을 해주었나”는 질문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오라고 하셨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격려를 해줬나, 실제 만난 적은 있나”라는 질문에는 “만난 적은 없다. 항상 사랑과 배려를 주신다”고 짧게 답한 뒤 서둘러 선수대기석으로 들어갔다.
이날 시상식에선 남북한 선수가 동시에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의 고지를 밟은 진종오(37)와 북한의 김성국이 그 주인공. 그러나 김성국은 시종 웃지 않았다. 동메달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결선에서 김성국은 초반 기세좋게 선두를 치고나갔지만 후반 진종오와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의 추격에 3위로 밀렸다.
진종오가 10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북한 김성국과 포옹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성국은 기자회견에서 남북한이 동시에 메달을 딴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통일’이란 단어를 언급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1등이 남조선, 3등이 북조선인데 우리가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 것이므로 더 큰 메달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진종오도 감탄한 듯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김성국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성국은 또 진종오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세계적인 선수다. 나의 적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진종오를 적수로 놓고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진종오는 씨익 웃어보였다.
김성국은 이날 자신이 사격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14살 때인 중학교 4학년 때 당의 품 안에서 (사격에 대한) 자그마한 싹을 발견해 키웠다”며 “내가 훈련을 늦게 해서 기록도 늦게 올라간 것 뿐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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