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릴리 킹(오른쪽)이 평영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동메달리스트인 팀 동료 케이티 마일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호주의 맥 호턴(20)이 중국 수영 간판 쑨양(25)을 ‘금지약물 복용’ 전력을 들어 맹비난한 이후 도핑 경력자에 대한 올림픽 출전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10일(한국시각)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와 미국의 전 육상스타 마이클 존슨도 호턴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펠프스는 “도핑 검사에서 2번이나 양성반응이 나온 선수가 또 올림픽에 나온다는 건 슬픈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마이클 존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존슨이 “한 번만 도핑검사에 걸린 선수라도 올림픽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 9일에는 프랑스의 수영 스타 카미유 라쿠르가 쑨양이 금메달을 따낸 뒤 “시상식 장면을 바라보며 역겨웠다. 수영은 결승전마다 약물복용 선수가 2~3명은 있는 그런 스포츠로 변질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평영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인 릴리 킹(미국)은 자신과 경쟁했던 율리야 예피모바(러시아)를 ‘도핑 괴물’이라고 맹비난했다. 예피모바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의해 출전금지 리스트에 올랐으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약물복용 전력을 이유로 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받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킹은 또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와 함께하고 싶지 않다”며 팀 동료에게까지 화살을 돌렸다. 미국 선수단의 동료이자 이번 대회 우사인 볼트의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는 단거리 스타인 저스틴 개틀린은 과거 두 차례 도핑과 관련해 출전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호주의 맥 호턴이 6일(현지시각) 자유형 남자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10일 호턴과 킹을 지목해 “이들은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리우올림픽에서 논란을 촉발하면서 반도핑운동의 얼굴이 됐다”고 보도했다.
도핑 경력자에 대한 논란은 러시아 육상계의 조직적 도핑 시도가 드러난 이후 불거지고 있다. 종목별로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된 러시아는 도핑 경력이 있는 100여명의 선수가 리우올림픽 출전이 거부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핑 사실을 폭로한 육상 여자 800m 스타 율리야 스테파노바마저 도핑 전력을 들어 올림픽 출전이 무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 선수단이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경기장 안팎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예브게니 티셴코가 복싱 91㎏급에서 브라질 선수를 이긴 뒤 관중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펜싱 플뢰레 동메달결정전에 나선 티무르 사핀은 상대가 영국 선수였음에도 관중들은 상대 선수가 득점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고 사핀이 득점하면 야유를 보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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