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10일 오전(한국시각) 2016 리우올림픽에서 21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새롭게 수영 역사를 썼다. 사진은 펠프스가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이번 리우올림픽까지 금메달을 획득할 때 모습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1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접영 200m 결승에서 마이클 펠프스(31)는 첫 번째 반환점을 돈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펠프스는 물안경도 벗지 않은 채 곧장 전광판을 확인했다. 1분53초36. 그의 이름은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개인 통산 20번째 금메달을 확인한 그는 양팔을 하늘로 향하며 ‘위대한 순간’을 자축했다. 수영 황제가 ‘올림픽의 황제’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펠프스는 20번째 금메달을 따내고 불과 한 시간여 뒤에 개인 통산 21번째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접영 200m 결승에 이어 벌어진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 미국팀의 마지막 영자로 나서 7분00초6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경기를 마쳤다. 2위 영국(7분03초13)과 3위 일본(7분03초50)을 일찌감치 따돌린 승리였다. 지난 8일 계영 400m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고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400m 혼영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그는 12년 만에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뤘다.
그는 20번째 금메달을 딴 직후 인터뷰에서 “임무는 수행됐다”며 “(전광판의) 내 이름 옆에 1위라는 글자가 보였을 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펠프스는 시상식 단상에서 자신을 향해 연호하는 관중석의 친구들을 보며 박수를 치고 폭소를 터뜨리는 등 올림픽 황제다운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기 위해 13살부터 수영을 시작한 그는 15살에 2000년 시드니 대회를 통해 올림픽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비록 첫 올림픽 무대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올림픽 직후 열린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접영 200m에서 16살의 나이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전설을 예고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본격적으로 메달 사냥을 시작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접영 200m에서 10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일찌감치 핀란드의 육상 전설 파보 누르미, 우크라이나 출신 체조선수 라리사 라티니나 등이 보유한 개인 통산 최다 올림픽 금메달 기록(9개)을 넘어섰다. 그가 현재 획득하는 금메달 하나하나는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펠프스를 하나의 국가라고 본다면, 누적 금메달 순위는 체코, 에티오피아와 함께 공동 35위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206개 나라 가운데 169개 나라는 역대 금메달을 모두 더해도 펠프스 혼자 따낸 금메달 개수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개인 통산 25개 메달(은 2개, 동 2개 포함)을 따냈다. 이 기록 2위는 라티니나(18개·체조)가 보유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접영 100m 등 출전한 8개 종목 모두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마크 스피츠가 보유한 한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7개)도 경신했다. 또한 이날 금메달을 딴 접영 200m에서는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4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수영 역사상 한 개인종목에서 내리 4번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는 펠프스가 유일하다.
펠프스는 접영 100m와 개인혼영 200m 출전도 예정돼 있다. 두 종목은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그가 3연패를 달성한 종목이다. 이 종목 가운데서 금메달을 하나라도 딸 경우, 라티니나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개인종목 최다 메달(14개) 및 수영 개인종목 하나에서 최초로 4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록을 새롭게 쓴다.
마이클 펠프스가 1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접영 2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약혼녀 니콜 존슨과 지난 5월 태어난 아들 부머 로버트 펠프스와 기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펠프스는 키(193㎝)보다 훨씬 큰 양팔 길이(202㎝), 몸통보다 짧은 하체, 355㎜ 거인 발의 소유자다. 이런 신체조건은 물속 저항을 줄여 활주를 쉽게 하고, 더 큰 추진력을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펠프스는 1주일에 최소 8만m의 물살을 가르는 연습벌레다. 2012 런던올림픽 뒤 은퇴했다가 2014년 다시 현역에 복귀한 펠프스는 음주운전 등으로 입건돼 미국수영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우올림픽을 통해 수영 황제의 부활을 알렸으며 그의 ‘위대한 업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재욱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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