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자 럭비대표팀이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데오도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럭비 결승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은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럭비 경기에서 호주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의 데오도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럭비 결승전에서 호주는 전통의 맞수 뉴질랜드를 24-17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초반 뉴질랜드의 거센 공격에 밀리던 호주는 카일라 매컬리스터(뉴질랜드)에게 트라이(미식축구의 터치다운으로 성공시 5점)를 허용해 5점을 먼저 실점했다. 그러나 호주는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에마 토네가토가 트라이를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뒤, 종료 직전에는 뉴질랜드의 핵심 선수인 포티아 우드먼이 옐로카드를 받아 잠시 경기장을 떠난 사이 이바니아 필라이트마저 트라이를 성공시켜 10-5로 경기를 뒤집은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호주의 공격은 더 매서웠다. 후반 시작 3분여 만에 엘리아 그린이 트라이에 성공하고 이어 샬럿 캐슬릭이 트라이에 성공했다. 또 트라이 이후에 추가로 주어지는 컨버전 킥(성공시 2점)을 클로이 돌턴이 모두 성공시키면서 24-5까지 달아났다.
뉴질랜드도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매컬리스터가 2번째 트라이를 이뤄내 24-10으로 따라붙은 데 이어, 우드먼이 트라이와 컨버전 킥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24-17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경기를 뒤집기에는 모자랐다.
8일(현지시각) 여자럭비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의 니콜 벡이 그의 딸에게 입맞춤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호주가 이번에 따낸 금메달은 올림픽 사상 첫 여자 럭비 금메달이라 더 의미가 있다. 럭비는 1924 파리올림픽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는데 그때까지 남자 종목만 치러졌다. 파리올림픽 럭비 결승은 미국과 프랑스의 대결로 펼쳐졌는데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태클에 의식을 잃은 선수가 나오는 거친 경기가 펼쳐졌다. 게다가 미국의 승리가 유력해질 무렵 프랑스 홈팬들이 미국 선수와 심판을 향해 돌을 던지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기장에 난입해 유혈사태까지 일어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퇴출을 선언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21차 아이오시 총회에서 럭비를 리우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면서 한세기가 거의 다 지나서야 럭비 경기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애초 럭비는 15인제 경기가 올림픽 종목이었으나 7인제로 바뀌었고, 남성 경기만 있다가 여성들도 럭비 경기에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됐다.
호주의 공동 주장인 섀넌 패리는 경기를 마친 뒤 “매우 흥분되고, 우리가 이뤄낸 성과에 대해 몹시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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