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바울이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66㎏ 이하급 4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에게 유효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실은, 너무 속상했던 거다. 얼굴을 감싸쥐고 잠시 괴로워했을 뿐, 울지도 않던 그는 매트에서 내려오자마자 가장 먼저 송대남 코치를 찾아 품에 와락 안겼다고 한다. “그냥 아무 말 없이 펑펑 울더라고요.” 8일 전화로 만난 송대남 남자유도 대표팀 코치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말없이 등만 토닥여줬다”고 말하면서, 그도 잠깐 울컥했다.
8일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66㎏급에서 은메달을 딴 안바울 선수. 그는 올림픽 첫 출전에 은메달이라는 큰 수확을 거뒀지만, 결승전에서 세계 순위 26위한테 뜻밖의 한판패를 당하며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친 건 두고두고 아쉬운 듯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순간에 져서 허탈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숙소에 돌아가서도 송 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경기를 곱씹었다고 한다. 그는 “준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이겨서 기분이 붕 떠 있었다. 그걸 조절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집중을 잘 못한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한판승으로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 그는 새로운 유도 스타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를 거침없이 메치는 그에게 환호했고, 유도계는 이원희, 최민호 이후 끊겼던 ‘한판승의 사나이’ 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32강부터 8강전까지 모든 경기를 장기인 업어치기 기술로 이겼다. 최민호 남자유도 대표팀 코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잡아야 하고, 무슨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지도했다고 한다. 송 코치는 “4전4패였던 천적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를 연장 접전 끝에 꺾은 것도 자신감을 심어준 성과”라고 했다. 안바울은 리우로 가기 전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올림픽 스타의 탄생은 당연히 땀의 결실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체중을 올린 게 절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복을 입은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전국대회를 석권한 60㎏급 강자였다. 그러나 대학 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13년 10월께 조인철 전 국가대표 감독의 권유로 66㎏으로 체급을 올리는 모험에 나섰다. 그는 60㎏급에서 김원진과 경쟁했다. 조 전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량급에서 체급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66㎏에 이렇다 할 선수가 없었고, 안바울은 힘이 약해도 기술로 커버할 수 있는 유도를 구사하기에 체급을 올리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10㎏을 찌웠고, 그걸 근력으로 만들려고 기술운동과 최대근력운동을 병행하며 이를 악물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모두가 말렸다는데 1년의 적응 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세 번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바울은 “열심히 하다 보니 세계 순위 1위가 됐더라”고 했다. 조 전 감독은 “하체가 튼튼해서 같은 업어치기라도 흔들림이 없고, 기술의 정확도가 높다”고 했다.
60㎏의 김원진과 함께 안바울의 등장으로 한국 유도 경량급(60㎏급, 66㎏급)은 다시 생기가 돈다. 1988 서울올림픽 김재엽(60㎏급)과 이경근(66㎏급), 2008 베이징올림픽 최민호(60㎏)까지 한국 유도는 전통적으로 경량급에서 성적이 뛰어났지만, 2008년 이후 메달이 없었다. 이제 겨우 22살인데 올림픽 첫 출전에 은메달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절정의 기량이 기대된다. 조 전 감독은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만 보완한다면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바울은 “도쿄올림픽과 2년 뒤 아시안게임에서는 더 열심히 하겠다”며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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