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우먼 코리아…그녀들이 쏘면 언제나 ‘금’이었다

등록 2016-08-08 18:36수정 2016-08-08 22:03

양궁 여자단체전 8연패 위업
장혜진-최미선-기보배 환상조합
1명이 실수하면 2명이 만회
양창훈 감독 “혜진 1번 나선 게 주효”
장혜진(맨 왼쪽)이 8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단제전 결승전에서 금빛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그 옆은 기보배와 최미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장혜진(맨 왼쪽)이 8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단제전 결승전에서 금빛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그 옆은 기보배와 최미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삼보드로무 양궁장. 대만을 물리치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기보배(28), 최미선(20), 장혜진(29) 여자 양궁 대표팀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한 뒤 각자 자신의 장비를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때 이들을 마중나온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하루 전 남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이 그들이었다. 남자 선수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여자 선수들의 활과 화살을 하나씩 받았다. 결승전 준비를 위해 경기장 뒤편에 마련된 연습장까지 이동하는 여자 선수들을 직접 에스코트해주려는 것이었다.

구본찬은 “축하한다”며 “한 번 더! 한 번 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한 번 더 활약한다면 금메달이 눈앞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구본찬은 “자신감! 자신감! 자신감!”을 연발하며 장혜진에게 다가가 “첫 발 텐(10점), 정말 좋았어요”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우진도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 6명은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4개월을 기보배의 말처럼 ‘꼭두새벽부터 잠들기 전’까지 함께 훈련한 사이다.

결승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여자 대표팀 3명은 둥글게 모여 앉아 지난 준결승을 되짚어보며 뒤로 넘어갈 듯이 까르르 웃었다. 그렇게 긴장을 푼 대표팀은 바로 연습장 사대에 섰다. 김우진이 전날 단체전 우승 뒤 밝혔듯이 하루 600발까지 쏘는 대표팀이건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듯 이들은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기)보배가 부진하면 (장)혜진이랑 (최)미선이가 해주고, 혜진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두 명이 해주고. 팀워크가 너무 좋다. 단체전은 팀워크다. 결승전도 이대로만 가면 금메달도 충분하다”며 밝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문형철 총감독은 “아직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에 임박한 삼보드로무 양궁장은 한국의 안방 경기장 같았다. 펜스엔 태극기가 가장 많이 걸려 있었다. 여자 대표팀이 입장하자 “대한민국!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구호가 한국 교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관객들의 입에서도 터져나왔다.

결승 단체전도 역시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 순서로 진행됐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은 이 순서로 단체전을 꾸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장)혜진이가 쾌활하면서도 파이팅 넘치는 성격이에요. 그러니 앞에서 이끌어주길 바랐어요. (최)미선이는 세계 1위로 실력이 출중하지만 아직 경험이 없으니 가운데 들어가는 게 맞고요. 그 뒤를 올림픽 2관왕에 세계선수권 2관왕으로 경험이 가장 풍부한 (기)보배가 뒷받침해준다면 조합이 딱 맞을 것 같았어요.” 예상대로였다. 초반 부진했던 장혜진은 준결승부터 세트마다 첫 10점을 쏘아올리며 여자 대표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장혜진은 늦은 나이로 이번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그럼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첫 발을 쏘고 돌아서 무언가 후배들에게 연신 귀띔했다. 양 감독은 이것도 다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혜진이가 쏘고 나오면 바람의 세기나 방향 같은 정보가 있잖아요. 그걸 공유하는 거죠. 혜진이는 사대에 들어가면 거의 바로 쏘기 때문에 뒤에 있는 선수들이 준비할 시간이 생겨요. 미선이랑 보배가 정보를 듣고 이를 참고해 편안하게 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혜진이가 1번 주자로 나선 게 유효했어요”

여자 대표팀은 경기 도중 상대 러시아 팀의 경기를 거의 지켜보지 않고 서로 격려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동료가 저조한 득점을 하면 더 힘차게 손바닥을 부딪치는 대표팀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들은 다 같이 눈물을 흘렸다. 장혜진은 “우리가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해서 이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값진 메달인 것 같다”며 흐느꼈다.

경기 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외신들은 하나같이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수많은 견제에도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8연패를 해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기보배는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에둘러 대답했지만 이후 은근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으로 올림픽에서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건 장혜진과 최미선에게 금메달을 ‘맛’에 비유해달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이 질문은 기보배가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의 맛을 어머니가 집에서 끓여주시는 김치찌개에 비유해 나온 것이었다. 그러자 장혜진은 “무지갯빛 솜사탕 맛”이라고 표현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최미선은 “저는 아직 배가 고픕니다”라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기보배는 이번 금메달도 런던 때와 같은 맛이었다고 말했다.

리우/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한해 25억 더 투자’ 공약, 당구계 통큰 후원? 매표? [김창금의 무회전 킥] 1.

‘한해 25억 더 투자’ 공약, 당구계 통큰 후원? 매표? [김창금의 무회전 킥]

프로야구, 내년부터 팀당 외국인 선수 4명으로 늘린다 2.

프로야구, 내년부터 팀당 외국인 선수 4명으로 늘린다

화려한 바둑의 커제, LG배 결승서 2연속 ‘사석 처리’ 실수 반칙패 3.

화려한 바둑의 커제, LG배 결승서 2연속 ‘사석 처리’ 실수 반칙패

‘특훈’ 마친 빙속 김민선, “스케이팅 라이벌? 누구든 다 이기고 싶어요” 4.

‘특훈’ 마친 빙속 김민선, “스케이팅 라이벌? 누구든 다 이기고 싶어요”

조코비치, 또 새 역사…남자 첫 50번째 메이저 대회 4강행 5.

조코비치, 또 새 역사…남자 첫 50번째 메이저 대회 4강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