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배(왼쪽부터), 최미선, 장혜진이 8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금메달 두 개를 가져오기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 남녀 양궁 대표팀이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2016 리우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반 우승했다. 여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 8연패다. 과학적 분석에 입각한 체계적인 훈련이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 우승 행진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8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해낸 하루 뒤인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전역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경기장인 리우 삼보드로무 양궁장에도 초속 1m의 바람이 일정한 방향 없이 불었다. 먹구름도 짙게 끼었다. 전날만 해도 경기장에서 리우의 상징인 예수상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이날은 안개에 휩싸였다. 양궁은 바람의 세기, 기온과 습도 등의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 종목이라 세계 최강 기보배(28·광주시청)-최미선(20·광주여대)-장혜진(29·LH) 짝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일본과의 8강전 1세트에서 8점을 2발 쏘며 초반에 흔들렸지만 대만과의 4강전 1세트에선 6발을 모두 10점에 꽂아 바람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와의 결승전 1세트에서도 6발 중 5발을 10점에 맞혔다. 반면 러시아는 한때 6점을 쏘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외부 조건인데 왜 한국팀만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걸까.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은 우승을 결정지은 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바람이 불면 정교함보다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방향성이 더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연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보배 역시 “바람이 많이 불었던 국내외 대회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대표팀은 리우 현지 경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양궁장을 태릉선수촌에 만들어 훈련했다. 리우양궁장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축제’가 매년 열리는 곳에 세워졌다. 바닥이 잔디가 아닌 시멘트로 돼 있고 평평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활을 쏘는 사로를 카니발 행렬이 지나가는 시멘트 도로 위에 단을 높여 만들었다. 자칫 착시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어 대표팀은 태릉에 이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연습했다.
전광판과 신호기 등도 실제 경기장과 똑같이 꾸몄다. 또 관중 소음과 야간 조명에 적응하기 위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돔에서 연습했다. 강한 바람에 대비하려고 비바람이 부는 날을 택해 활을 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경기장 상황을 가상 영상으로 보면서 뇌파를 측정해 심리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도 병행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에 대해 “한국 양궁은 2004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현지 경기장과 동일한 조건 속에서 훈련했고 그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응원단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까지 데시벨을 측정해 그대로 연습장에 적용했다. 런던 대회 때는 비바람이 많이 불 것을 예상해 관련 훈련을 했는데 그것이 이번 대회에서까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압도적인 훈련량으로 지원에 화답했다. 기보배는 “새벽부터 하루 일과가 끝나는 밤 10시까지 훈련을 했다”며 “소음에 적응하기 위해 야구장 등 특별한 장소에서 했던 훈련이 현지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활을 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이틀 뒤인 11일부터 남녀 개인전에 돌입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전 종목을 모두 석권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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