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7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유형 200m 경기 후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죄송해요. 기대를 채워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요.”
박태환(27)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전체 47명 중 29위(1분48초06)로 결선 진출이 좌절된 뒤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박태환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통로에서 이뤄지는 ‘믹스트 존’ 인터뷰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날 예선 6조에 출전한 박태환은 꼴찌를 했는데,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대회에서 200m 은메달을 연속으로 챙겼던 메달리스트로서는 수모였다.
박태환은 7일 자유형 400m에 출전해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50명 중 10위(3분45초63)로 현격하게 뒤지지는 않았다. 팬들은 박태환이 도핑징계로 인한 18개월 공백과 이후 대표팀 선발과정에서의 마음 고생을 감안하더라도 200m에서는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림픽 무대의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빨라졌다. 이날 200m 예선 1위 쑨양의 기록(1분45초75)은 4년 전 런던에서 쑨양의 예선 1위 기록(1분46초24)보다 줄었다. 자유형 400m 예선에서도 전체적으로 선수들은 빠르게 역영을 했다. 박태환은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2년 만에 치르다 보니 그동안의 레이스나 신예 선수들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이 예선부터 치고 나간다. 2012년, 2013년보다 더 강해졌다”고 했다.
이런 변화를 눈치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마음만 조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400m 경기의 아쉬운 부분을 만회하려 하다가 오버했는지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어깨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박태환은 레이스에서 꼴찌(8등)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 밖으로 못 나오겠더라. 외국 친구들이 모두 반갑게 맞아줬는데, ‘그들이 뭐라 생각할까’라는 마음에 답답했다”고 밝혔다. 리우 출전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잘 훈련해 왔고 리우로 오기 전 미국에서 2주 동안 나 자신을 뛰어넘으며 심적 안정을 취하고 잘해냈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10일 자유형 100m, 13일 자유형 1500m 예선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날 200m 탈락의 충격으로 나머지 종목에 출전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박태환은 4년 전 실격파동을 딛고도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운 적이 있다. 박태환은 “그때보다 마음이 더 무겁다. 미묘하고 많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남은 두 종목 출전에 대해서는 코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일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몫이다”라고 했다. 또 “여기가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다.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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