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의 환호.’ 정보경이 6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2에서 열린 여자 유도 48㎏급 4강전에서 쿠바 선수를 상대로 한판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머리까지 금빛으로 염색한 1m53의 ‘작은 거인’. 경기 시작 10초 만에 나온 업어치기로 상대의 머리를 땅에 수직으로 꽃으며 공중으로 한 바퀴 돌렸다. 호쾌한 기술에 상대 등짝이 매트에 닿았더라면 경기는 끝났을 것이다. 아쉬움이 컸는지, 은메달을 따고서도 거인은 펑펑 울었다.
한국 여자유도 최경량급의 정보경(25·안산시청)이 7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2에서 열린 48㎏급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파울라 파레토에게 절반패를 당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세한 경기를 펴다가 후반 파레토에게 안뒤축후리기를 당한 게 뼈아팠다. 그러나 그는 한국 여자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이래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전에 올랐고, 이번 대회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기는 성과를 올렸다. 정보경은 경기 뒤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눈물을 쏟았지만, 이내 “한국의 대회 첫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이 기분 좋다. 경기가 끝나니 속이 후련하다”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대를 졸업하던 2014년 안산시청에 입단한 정보경은 힘과 공격성을 갖춘 여전사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출전 선수의 연습 파트너로 올림픽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4년 만에 결국 시상대에 올랐다. 안산의 학생 유도 선수들, 시 관계자 등과 함께 밤새 응원전을 편 이용호 안산시청 감독은 “정보경은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성실하다. 체력도 좋아 웬만한 중량급 선수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체중 감량을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몸은 가볍고 통통 튄다. 이날 8강전에서 세계 1위인 몽골의 몽흐바틴 우란체체그에게 업어치기 기술로 반칙승을 이끌어 내면서 그는 메달을 예감했다고 한다.
‘꼬마’라는 별명처럼 경량급은 무척 왜소해 보인다. 하지만 도복을 잡아채는 손목의 힘이 강하고, 타고난 반사신경으로 전광석화처럼 기술을 건다. 한때 허리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타고난 성실함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장난기도 있는 정보경은 메달 후보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자 대표팀이 주목을 받을 때마다 ‘경기 후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또 “도쿄올림픽을 안 뛰려고 이번에 정말 열심히 했는데…”라며, 다음번 올림픽 금메달 도전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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