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조별예선 1차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 다음은 러시아다.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여자배구의 목표다. 역시나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흐체)의 어깨에 시선이 쏠린다.
‘배구 여제’, ‘배구계의 메시’, ‘세계 최고 연봉 여자배구 선수’ 등 김연경은 수많은 별칭을 갖고 있다. 김연경을 앞세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숙적 일본을 3-1(19:25/25:16/25:17/25:21)로 꺾고 올림픽 메달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김연경은 이날 56.25%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0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뿐 아니라 가로막기와 수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일본 매체들도 김연경을 막지 못해 졌다고 인정했다. <스포츠 호치>는 “1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2세트에는 김연경의 강력한 스파이크와 블록에 내줬다”고 했고, <스포츠 닛폰>은 “2세트가 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는데 김연경의 강타를 멈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 여자배구 대표 출신 해설자인 오야마 가나는 칼럼에서 “30득점이라는 숫자만 보면 김연경이 결정적이라고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패인은 오히려 양효진(27·현대건설)을 완전히 막지 못해서였다”고 밝혔다. 양효진은 김연경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1득점을 올렸다. 공격으로 13점을 올렸고 가로막기와 서브에서 4개씩을 성공시키며 일본의 주포 나가오카 미유를 봉쇄했다.
이런 판단의 밑바탕에는 김연경이 평균 30득점은 올릴 것이라는 전제가 들어 있다. 이정철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 감독은 출국 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우리 팀이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약점이지만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상대가 김연경에 집중하면 다른 공격루트를 준비하고, 그들이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 쓰면 김연경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연경과 함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여자배구 금메달을 수확했던 세터 이효희는 한일전에서 김연경을 제대로 활용했다. 이효희는 김연경의 공격에 상대 블로킹들이 몰리면 센터 양효진과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 등의 공격수를 활용해 경기를 풀어갔다. 만 19살의 새내기 이재영이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알찬 활약을 보여주면서 ‘김연경 활용법’은 더욱 빛났다.
한국은 9일 오전 8시30분 러시아와 A조 2차전을 치른다. 러시아는 일본보다는 좀더 까다로운 상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4위)보다 낮은 5위에 머물렀지만 2000년과 2004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강팀이다. 세계 순위에서도 한국(9위), 일본(5위)보다 앞선 4위에 올라 있다. 역대 러시아와 전적에서도 한국은 7승44패로 열세다.
러시아에는 김연경, 주팅(중국)과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히는 타티야나 코셸레바(28·터키 에즈자즈바시으)가 버티고 있다. 한국보다 높이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는 러시아를 넘기 위해서는 양효진·김희진·박정아·이재영 등 김연경 이외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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