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첫 휠체어를 탄 기수인 이란의 자흐라 네마티. 위키피디아
올림픽 기수는 각국 선수단을 대표하는 ‘얼굴’격이다.
역대 올림픽에선 각국에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이나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이 주로 기수를 맡아왔다. 키 크고 잘생긴 훤칠한 외모는 기본이다.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았고, 간혹 여자가 맡아도 훤칠한 외모는 빠지지 않았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이런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수영),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테니스), 영국의 앤디 머리(테니스) 등 슈퍼스타들이 기수로 출동한다. 페루의 프란시스코 보사(사격), 일본의 우시로 게이스케(육상), 중국의 레이성(펜싱) 등 각국의 국민스타들도 선수단을 대표해 깃발을 든다. 그런데 조금 다른 흐름도 엿보인다. 이란의 자흐라 네마티(31) 등 남다른 인생역정으로 올림픽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하는 기수들도 있다.
네마티는 열여덟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에 큰 손상을 입었다. 그때부터 평생 두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네마티는 낙심하지 않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고 이전에도 태권도 검은띠를 땄을 정도로 운동을 즐기던 소녀였다.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그가 잡은 것은 활이었다. 그는 양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등을 차지했다. 장애인 대회가 아닌,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당당히 얻은 성과였다. 양궁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대회 규정이 동일하다.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네마티는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 동시 출전한다.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네마티 이전까지 12명이었고, 한 번에 두 대회 모두 출전한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이란올림픽위원회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이른 올해 1월에 네마티를 기수로 선정했다. 네마티가 ‘장애는 능력의 한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6일 개막식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휠체어를 탄 채 기수로 입장한다.
르완다 기수인 아드리엔 니욘슈티(사이클)도 희망의 상징이다. 니욘슈티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여섯 형제를 비롯해 일가족 60명을 잃었다. 니욘슈티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치유와 화합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120년 만에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여자 요트선수 소피아 베카토루가 첫 여성 기수로 나선다. 자메이카는 키 152㎝의 땅콩 스프린터 셸리앤 프레이저가 깃발을 들고, 오스트리아는 중국에서 귀화한 탁구선수 류자가 선수단을 대표한다.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난민대표팀의 기수로는 시리아 난민 출신의 여성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가 나선다. 개최국 브라질의 기수는 여성 근대5종 선수인 야니 마르케스다.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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