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현지시각) AP통신의 의뢰를 받은 한 수질오염 전문가가 리우의 관광지인 이파네마 해변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 AP통신은 16개월의 탐사보도를 통해 리우 해변이 생활하수에 의해 심하게 오염돼 있음을 밝혔다. 리우/AP 연합통신
“리우 해변을 조심하라.”
2016 리우올림픽 요트와 조정, 마라톤 수영과 트라이애슬론이 펼쳐질 코파카바나 해안이 심하게 오염돼 있어, 선수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조심해야한다고 <가디언>이 2일(한국시각) 보도했다. 통신이 1년4개월간 실시한 수질 오염 조사에 바탕해 쓴 보도를 보면, 신문은 요트 등 수상 종목에 출전하는 1400명의 선수뿐 아니라 30만~5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도 바짝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올림픽 대회가 열리지는 않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주변의 이파네마 해안도 오염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리우 해변의 수질 오염은 1년여전 에이피의 보도로 많이 알려졌다. 당시 조사에서는 리우의 수질 바이러스 오염도가 유럽이나 미국의 기준을 170만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차스푼 세개 분량의 물만 먹어도 감염될 것이 거의 확실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노 소독, 플라스틱 옷과 장갑 착용 등으로 대처를 해왔다. 하지만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까지 막지는 못한다. 에이피는 16개월간의 조사에서 측정 지역의 90%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 수치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하우드 남플로리다 대학 교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또 “리우 해안의 모래까지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어 관광객들이 머리를 담가서는 안되며, 어린 아이들이 해변에서 놀 때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우 해변의 수질 오염은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활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우 시나 브라질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에이피의 용역을 받아 리우 해안의 수질을 점검해온 저명한 페르난두 스필키 피베일 대학 교수는 “수십년 전부터 정화작업을 해오겠다는 약속과 달리 수질에 눈에 띌 만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 수질의 변화는 정화작업보다는 기후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우 해변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곳은 올림픽 조정이 열릴 로드리두데프레이타스 석호다. 2015년 3월 이곳에서는 1리터당 17억3000만 마리의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올해 6월에는 2억4800만 마리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미국의 경우 1리터당 수천마리만 검출돼도 경보가 울리게 돼 있다. 요트 출발장인 글로리아 마리아 지역도 6월에 리터당 3700만 마리의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난감한 처지의 리우 당국이나 리우올림픽조직위는 박테리아가 주 정부의 수질 기준 이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내성이 생겨 면역력이 강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방법에 따라 제외되는 박테리아도 있고, 바이러스의 경우 짠물이나 더운 날씨에서 쉽게 분해되는 박테리아와 달리 오랜 기간 살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로서는 4년만에 찾아온 출전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 핀란드 요트 선수로 출전한 누라 루스콜라는 “바이러스 오염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정신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 어떤 날은 수질이 정말 좋고, 어떤 날은 정말 나쁘다”고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