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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에 척추측만증 볼트 왜 빠른가

등록 2016-07-26 19:58수정 2016-07-26 22:09

[리우올림픽, 숨은 1인치]우사인 볼트의 비밀

큰 체격과 척추측만증을 장점으로 승화
엄청난 힘, 공기저항 극복에 92% 소진
“거대한 거미들에게 쫓기는 상상을 한다”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는 2008년부터 지난 8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었다. 그가 혜성처럼 등장한 2008 베이징올림픽은 여러모로 충격적인 경기였다. 볼트는 결승점을 10m 정도 앞두고 속도를 늦추며 가슴을 두드렸다. 기록이 중요한 100m 경기에서 충격적인 자축 세리머니였다. 그러고도 9초69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볼트는 이듬해인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를 9초58에 돌파해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남자 육상 200m 역시 볼트가 세계 기록(19초19) 보유자다.

볼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선수다. 그는 세계적인 수준의 단거리 육상 선수 가운데 가장 큰 체격을 가졌다. 단거리 육상은 몸의 균형과 순간적인 반응 속도가 중요해 무게중심이 위에 있는 키 큰 선수들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그의 키는 무려 195㎝나 된다. 게다가 그는 척추가 휜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고, 100m 결승전 날에 “오늘 아침에 맥도날드에서 식사를 했다”고 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미숙해 보였다. 우승을 확정짓고서는 요란스런 춤과 세리모니를 선보여 일부 육상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도 했다. 그런 그가 2012 런던올림픽 3관왕에 이어 201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석권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사상 첫 올림픽 3관왕(남자 육상 100m, 200m, 400m계주) 3연패를 노린다. 볼트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최고의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분석해봤다.

핵심적인 비결은 단거리 선수로서 단점일 수 있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장점으로 만든 것이다. 그가 남들보다 빠른 첫 번째 이유는 보폭이다. 그의 라이벌인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게이틀린(미국)은 100m를 각각 44걸음과 45걸음에 주파한다. 반면 볼트는 단 41걸음에 결승점을 통과한다. 그의 평균 보폭은 244㎝로 경쟁자들보다 20㎝ 정도 더 길다. 볼트 이전에 200m 세계 기록을 가진 마이클 존슨(미국)은 보폭을 짧게 하면서 발 옮김이 빠른 ‘스타카토 주법'으로 유명했다. 존슨의 보폭은 불과 214㎝였다. 하지만 볼트는 보폭이 크면서도 발 옮김도 느리지 않다. 비결은 힘이다.

볼트의 힘은 엄청나다. 유럽물리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hysics)는 볼트의 힘 가운데 움직임에 들어가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럼 나머지 92%는 어디에 쓰일까. 바로 공기저항이다. 볼트는 남들보다 체격이 커서 공기저항도 크지만, 그것을 이기고도 남을 힘을 내는 셈이다. 또한 볼트의 발은 강한 힘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스프링과 같이 탄력적이다. 버지니아대학의 맥스 프로코피 연구원은 볼트가 발을 내디딜 때 지면이 받는 무게가 453㎏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성인 남성이 힘껏 달릴 때 지면이 받는 226㎏보다 2배 이상 크다.

볼트가 처음 스타가 되었을 때 그는 식이요법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세계 최정상을 유지한 비결은 거꾸로 아주 엄격한 식이요법 덕분이다. 패션 잡지 지큐(GQ)가 지난해 11월에 공개한 볼트의 하루 식단은 매우 단순하다. 그는 오전에 느지막이 일어나 간단한 달걀 샌드위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고서 20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바로 가볍게 점심 식사를 한다. 식단은 파스타와 소금에 절인 소고기다. 그가 유일하게 푸짐하게 먹는 시각은 저녁뿐이다. 대신 주된 메뉴는 채소다. 브로콜리와 참마 등 각종 채소에 자메이카식 만두와 구운 닭고기를 곁들인다. 볼트는 “처음 육상을 시작할 때보다 훨씬 엄격하게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이전보다 채소와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한다”고 말했다.

볼트의 운동 방법도 남다르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공을 들이지만, 역기의 무게는 비교적 가볍다. 운동하는 목적이 몸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육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만성적인 척추측만증 환자라서 병을 이기기 위해 키운 핵심 근육(core muscle)이 힘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의 부작용으로 골반이 흔들리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보폭이 커지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큰 체격과 병(척추측만증)은 느린 출발과 균형 잡기의 어려움, 최고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단점과 관련이 있다. 그가 세계 기록을 세운 2009년 베를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는 출발이 8명 중에서 6번째로 늦은 편이었다. 결국 볼트는 자신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세계 최정상을 유지한 셈이다.

볼트가 달릴 때의 마음가짐도 독특하다. 그는 “나는 다른 선수들이 거대한 거미들이라고 상상한다. 겁먹은 나는 그들로부터 도망쳐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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