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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짝발…그래서 날 넘고 싶다

등록 2016-07-26 19:51수정 2016-07-27 09:42

【2016 Rio, 우리가 간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 기대주 우상혁
초등생때 오른발 교통사고로 짝발 돼
밸런스 중요한 높이뛰기엔 핸디캡
정상인 왼발 디딤발로…영향 최소화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이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2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이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2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출발선부터 바까지 거리는 평균 12m.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기대주 우상혁(20·서천군청)이 심호흡을 가다듬고 첫발을 내디딘다. 직선주로를 4보 달려서 얻어낸 초속 8m의 가속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바 앞에 다다른다. 이젠 곡선주로. 방향을 바꿔 디딤발에 회전력을 심고 도약한다. 날아오른 우상혁은 정점에서 어깨를 뒤로 눕히며 아치형으로 다리를 늘어뜨린다. 허리가 바를 가뿐히 넘어간다. 성공이다.

땀을 닦아낸 뒤 우상혁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느낌, 날아올라 현란한 기술을 펼칠 때의 쾌감, 높이뛰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며 다시 출발대로 돌아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26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만난 우상혁은 첫 올림픽을 앞두고 남은 시간이 아깝다는 듯 훈련에 몰두했다.

우상혁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리우보단 4년 뒤 도쿄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9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2m29는 리우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이다. 우상혁의 종전 최고 기록은 2m25였다. 이 대회에서 기적처럼 4㎝를 더 뛰어올랐다.

어떻게 연습 때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던 2m29를 실전에서 넘을 수 있었을까. 우상혁은 “나는 관중들이 많을 때, 그러니까 주목을 받을 때 더 신명나는 스타일이다”라며 “큰 무대에서 통계적으로 기록이 더 좋았다”고 전했다. 우상혁에게 높이뛰기를 권유하고 11년째 가르쳐온 윤종형 코치도 기적 같은 제자의 도약을 보고 현장에서 눈물을 훔쳤다. 윤 코치는 “상혁이는 정신력, 집중력, 목표의식이 정말 투철한 센스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우상혁은 지난해 9월 2m32를 기록하며 리우행을 일찌감치 결정지은 윤승현(22·한국체대)과 함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한국 높이뛰기의 아이콘이자 한국기록 보유자인 이진택(2m34) 이후 스타 배출에 실패해 존재감을 잃어가던 육상 높이뛰기 종목에서 우상혁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차지하더니 이듬해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에서도 2m24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예상치 못했던 올림픽 출전이 아직도 꿈만 같다. 이번 대회에서 2m29보다 1㎝라도 더 높이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아직 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할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와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고려하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상혁이 현재 심혈을 기울여 훈련하는 부분은 도움닫기 이후 몸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우상혁의 말대로 “높이뛰기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우상혁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인 초등학교 2학년 때 오른발이 택시 바퀴에 깔리는 중상을 당해 오른 발바닥을 50바늘 꿰매는 대수술을 받았다. 당시 성장기였던 터라 오른발 성장이 늦어져 현재 우상혁의 오른발은 270㎜, 왼발은 275㎜로 오른발이 5㎜ 작다.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이 2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길이가 다른 발을 보여주고 있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오른발이 택시 바퀴에 밟히는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5㎜작다. 대전/연합뉴스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이 2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길이가 다른 발을 보여주고 있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오른발이 택시 바퀴에 밟히는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5㎜작다. 대전/연합뉴스
‘짝발’은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높이뛰기에선 디딤발이 왼발이다. 그러니까 우상혁의 경우엔 ‘짝발’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다. “저는 운동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운동이 저의 전부였어요. 짝발이든 아니든 육상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기록을 깰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어요.” 무대 체질의 패기 넘치는 젊은 승부사가 이제 막 한국 육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전/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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