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71~73㎞. 강속구 투수의 공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번개’ 우사인 볼트의 100m 주파 속도의 두 배는 된다. 단거리 사이클 경주에서 종속 스피드가 승패를 가르는 열쇠다.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사이클팀은 남녀 8명이 10개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이 중 최대 관심 종목은 벨로드롬 위에서 열리는 단거리 경주인 스프린트와 경륜이다. 이 가운데 경륜은 치열한 자리 다툼과 견제, 작전과 임기응변 등 변수가 많아 승자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 더 높은 가능성을 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남자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여자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여덟 바퀴(2000m)로 가리는 승부의 키는 마지막 두 바퀴 반 거리인 600여m를 남겨두고 이뤄지는 스퍼트. 이때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모든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최고 시속이 73㎞까지 나온다. 4월부터 스위스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영수 총감독은 “상대에 따라, 위치에 따라, 남은 거리에 따라 작전이 달라진다. 재능과 체력이 기본이지만 뛰어난 두뇌와 상황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최강자가 항상 이길 수 없는 것은 경륜의 특징 때문이다. 6명의 결승 출전 선수들 앞에는 오토바이가 등장해 다섯 바퀴 반을 돌 때까지 누구도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꽉 눌러준다. 오토바이를 추월하면 그대로 실격. 오토바이가 사라진 다음에는 누구라도 치고나갈 수 있지만 남은 600여m를 전속력으로 달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결승선까지 힘이 빠지지 않은 채 통과할 수 있는 자기만의 최적의 지점을 결정할 때까지 눈치작전이 필요하다. 황순봉 대한자전거연맹 사무국장은 “자기 중심으로 레이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막판 200~50m 사이에서 우열이 거의 가려진다. 김영수 총감독은 “마지막 20~30m에서 추월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작전을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처럼 큰 무대에서 쓰기는 힘들다. 잘못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출발선에 서기 5분 전에 자리를 결정하는 추첨에서도 운이 따라야 한다.
한국팀의 경륜 기대주는 여자부의 이혜진(24·부산지방공단 스포원)과 남자부의 임채빈(25·금산군청). 이혜진은 올해 세계대회 경륜 6위를 차지했고, 유럽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영국 출신의 로스 에드거 코치를 영입하면서 미세한 부분을 다듬는 등 특수훈련을 시키고 있다. 김영수 총감독은 “유럽 정상권 선수들에 비해 종속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지만, 지금은 최고점에서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임채빈 선수의 경우 2016 아시아사이클대회에서 스프린트 1위, 경륜 1위를 차지하는 등 단거리의 강자다. 마지막 폭발력과 경기 운영 능력 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스프린트도 결국은 종속 스피드가 결정한다. 두 명의 선수가 250m 벨로드롬 트랙을 세 바퀴 돌면서 승부를 가리는데, 초반에는 굼벵이가 기어가듯 견제하다가 최고 속도로 달리는 막판 200m에서 승패를 낸다. 한국 남자팀의 임채빈과 강동진(29·울산광역시청)이 출격한다. 이밖에 육상 10종 경기처럼 6개 부문을 소화해야 하는 옴니엄에 나가는 박상훈(23·서울시청)도 주목해볼 만하다. 옴니엄은 250m 플라잉, 1㎞ 독주, 4㎞ 개인추발, 스크래치(15㎞),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리면서 두 바퀴를 돌 때마다 꼴찌를 탈락시키는 제외경기, 40㎞포인트까지 사이클 만능 선수들만 겨루는 종목이다. 사이클의 마라톤으로 트랙(벨로드롬)이 아닌 도로 경기에는 나아름(26·삼양사) 등이 출전한다. 산악(MTB)이나 묘기(BMX) 종목엔 나가지 않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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