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숨은 1인치] 진종오를 통해 본 사격의 세계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
차영철 대표팀 코치(kt 사격단 감독)는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7·kt)의 강점이 강한 정신력에 있다고 밝혔다. 차영철 코치는 “몇년 동안 진종오와 함께해왔지만 한 번도 결선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며 “언제나 좋은 컨디션일 수 없는데도 어려움 속에서 항상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사격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세를 잘 잡아야 하고, 힘이 들어가서도 안 되며, 조준선도 끝까지 봐야 하고, 격발도 잘해야 하는 등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잘될 때는 그 많은 준비 과정이 나도 모르게 이뤄지지만 올림픽처럼 큰 경기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다. 진종오는 그럴 때 침착하게 하나하나 잘 풀어내고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격대표팀은 리우올림픽에 진종오, 김장미(24·우리은행) 등 모두 17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진종오는 리우올림픽 50m 권총에서 우승할 경우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3연패를 이루고 한국 최초로 올림픽 개인종목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 출전한다. 사격은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기록 경기 중에서도 사격만큼 철저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종목은 드물다. 양궁·육상 등만 해도 날씨 등 외부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차영철 코치는 “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자세와 운동신경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세계 정상을 다투는 수준에 오르면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격 경기장에서는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혼잣말을 하는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박상혁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스포츠 심리·사격 담당)도 사격을 잘하려면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박상혁 박사는 “사격은 0.1점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종목”이라며 “잘못 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자책감 등을 털어내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격에도 작전타임이 있다. 선수들이 보통 연습 때와 달리 감이 틀리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다. 차 코치는 “심판에게 선수를 불러달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작전을 짜기보다는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 전환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체력과 신체 밸런스 등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내 권총 대표들은 역도화를 즐겨 신는다. 역도화는 바닥이 단단하고 평평한데다, 몸의 밸런스를 가장 안정감 있게 나눠준다고 선수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권총 경기는 자세 변화 없이 한 시간 이상 서서 경기하기 때문에 밸런스는 매우 중요하다. 반면 여러 자세를 취하는 소총 선수들은 사격화를 주로 신고 있다.
사격 규정이 강화되면서 경기가 끝난 뒤에 선수들은 탈의를 하고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테이핑이나 파스 등을 붙여 체력적인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레슬링의 퇴출 소동 이후 올림픽 종목들이 친관중, 친미디어 쪽으로 변화하면서 보수적인 사격도 변하고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예선부터 음악이나 노래를 틀고 경기를 치른다. 무미건조한 경기장 분위기를 바꾸고, 관중들이 옆 사람들과 가볍게 대화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다.
마지막 8명이 겨루는 결선에서 점수가 리셋되는 점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예전에는 예선 점수도 포함했지만 리우올림픽에서는 0점에서 새로 시작한다. 또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2발마다 최하위 점수 한 명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채택해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사격은 또 총기를 사용하다 보니 출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개인이 에이전시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구입하고 본인 소유지만 철저히 통제를 받는다. 사격장을 벗어나 외부 반출은 할 수 없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대표팀의 경우 현재 선수들이 사용하는 총기는 진천선수촌 무기고에 보관돼 있으며, 이후 안전요원을 통해 이송돼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 안전팀에 인수된다”고 설명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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