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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차 커도 찰떡…만리장성 좀 비켜줄래

등록 2016-07-06 19:16수정 2016-07-06 19:51

[2016 Rio 우리가 간다]
탁구 남자복식 이상수-정영식
리우올림픽 탁구 복식에 출전하는 정영식(왼쪽)?이상수가 5일 서울 태릉선수촌 탁구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리우올림픽 탁구 복식에 출전하는 정영식(왼쪽)?이상수가 5일 서울 태릉선수촌 탁구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리우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지난 5일 찾아간 서울 태릉선수촌 탁구장. 입구에 다다르니 탁구공이 오가는 소리보다 기합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악!’, ‘으~악!’ 단말마 같은 기합의 주인공은 탁구 국가대표 이상수(26·삼성생명).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기술훈련이 3시간을 넘어서자 이상수의 다리가 바닥에 끌렸다. 후들후들 위태위태했다. 하지만 쉴 틈을 주지 않고 안재형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은 “하나 더!”를 주문하며 직접 서브를 넣었다. 쏟아지는 땀방울을 걷어내며 이상수가 이를 악물고 공을 받아냈다. “이걸 견뎌내야 시합 때 체력전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어요.”

두 테이블 건너에선 이상수의 중·고등학교 후배이자 이번 리우올림픽 복식 짝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이 오전 훈련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10년 전에 상수 형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에너지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한 것 같아요.” 곱상한 외모의 정영식이 이상수를 바라보며 느린 어조로 말했다. 연습 때 보인 민첩한 몸놀림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말투였다. “저는 사실 탁구 말고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요. 야구 규칙도 모르고요. 가만히 앉아서 바둑 보는 거 좋아해요. 알파고-이세돌 경기 정말 흥미로웠어요.” 세계 탁구 공동 13위, 한국 남자 실업 순위 1위에 올라 있는 정영식은 “오래 생각하기 대회를 하면 1등 할 자신이 있다”며 의외의 반응을 내놨다.

그러니 둘은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형 이상수는 바둑은 모르지만 야구나 축구에는 관심이 많다. 그만큼 역동적인 공격 탁구를 지향한다. 대신 그의 말대로 “화려해 보일지는 모르나 범실도 많은 편”이다. 이겨도 큰 점수차로 이기는 걸 즐긴다. 반면 동생 정영식은 “이창호 바둑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안정감 있는 실리형 탁구를 추구한다. 너끈한 승리보단 접전까지 가는 혈투를 선호한다. 전략가 스타일이다. 이상수는 “서로 스타일이 다른 게 오히려 복식에선 더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정영식도 “상수 형 공격이 제대로 터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올림픽이라면 우리가 동메달 후보가 아닌 금메달 후보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어 보였다.

“180도 다른 스타일이어서 시너지 커요”
“상수형 제대로 터지면 금도 가능해요”

지금 탁구계는 ‘중국뿐인 세상’이다. 올림픽 탁구는 남녀 단식과 단체전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에서 8개의 금메달을 모두 중국이 가져갔다. 한국은 유승민(34)과 주세혁(36)이 주축을 이뤄서 남자 단체전 동메달(베이징)과 은메달(런던)을 따냈지만 이후 한국은 이들에게 필적할 차세대 주자를 발굴하지 못했다. 단체전 메달을 바라보는 한국 탁구계로선 애가 타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6 코리아오픈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이상수-정영식 짝은 중국의 마룽(28·세계 1위)-판전둥(19·세계 2위) 짝을 3-2로 꺾으며 메달 가능성을 밝혔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쉬신(26·세계 3위)-장지커(28·세계 4위) 짝에게 0-3으로 졌지만 올림픽 직전 ‘만리장성’의 벽을 넘어봤다는 건 큰 소득이다. 단체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식에서 선수 구성에 골머리를 앓던 한국대표팀이 희망을 본 순간이었다.

이상수-정영식 모두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그만큼 심리적 부담도 크다. 지난 코리아오픈 단체전 준우승으로 한국이 4번 시드를 차지해 4강까지는 중국을 피할 수 있게 되면서 메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상수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털어내는 게 우선이다”라고 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픈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수는 최근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정영식에게 스포츠심리상담을 추천했다. 정영식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세계 12위에 올랐지만 올해 이상하리만치 연패를 거듭했다. 정영식은 “올림픽이 끝나면 탁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때 이상수는 정영식을 데리고 스포츠심리치료소를 찾았다. 그 자신이 2013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을 때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다녔던 곳이다. 충실히 치료를 따른 정영식은 “예민한 편이라 잠을 잘 못 잤는데 지금은 숙면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상수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주거니 받거니, 두 사람의 랠리는 훈련장을 떠나서도 계속됐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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