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14살 최연소 금메달 박성빈 “아빠 사랑해요”

등록 2014-09-30 22:02수정 2014-09-30 22:12

박성빈(가운데)이 30일 인천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옵티미스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어머니 한은희(왼쪽)씨, 아버지 손석찬(오른쪽) 요트 대표팀 420 코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성빈(가운데)이 30일 인천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옵티미스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어머니 한은희(왼쪽)씨, 아버지 손석찬(오른쪽) 요트 대표팀 420 코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요트 옵티미스트 1위

엄마가 4년전 재혼한 손석찬 요트팀 코치 따라 입문
손 코치 “한참 클 땐데 다이어트 해야해 안타까웠다”
박성빈(14·대천서중2)은 원래 축구를 좋아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틈만 나면 운동장에서 공을 찼다. 키는 작았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요트 지도자였던 아버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박성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요트를 한번 해보자”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고, 4년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 최연소(2000년 10월10일생)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박성빈은 30일 인천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옵티미스트 11, 12차 레이스에서 각각 1, 2위를 하며 총 12차례의 레이스에서 벌점 16점을 기록했다. 그는 2위 모하메드 디아웃딘 빈 로자이니(말레이시아·벌점 31)에게 15점을 앞서며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뒤 그는 “아빠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박성빈의 아버지는 손석찬(43) 요트 대표팀 코치다. 박성빈의 어머니 한은희씨와 손 코치는 초·중학교 동창으로 둘 다 첫번째 배우자와 이혼한 뒤 4년 전 재혼했다.

손 코치는 당시 충남해양과학고 요트부를 지도하고 있었다. “어린애들은 뭔가를 조종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성빈이도 바다 위에서 스스로 배의 방향을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굉장한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박성빈은 욕심도 많았다. 바람만 불면 “배 타러 가면 안 되냐”고 아빠를 졸랐다. 당시 소속팀인 보령 청파초 요트부가 쉬는 날엔 손 코치의 고교팀 연습에 따라갔다. 손 코치는 “고교생과 초등생이 타는 배가 다른데도 자꾸 타겠다고 해서 말리느라 혼났다”며 웃었다.

박성빈은 5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6학년 땐 전국 초등생 중 단 1명뿐인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옵티미스트 상비군에 뽑혔다. 손 코치는 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선수들이 잘하지만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예요. 경험을 쌓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죠. 국제대회가 열리면 자비를 들여 시합 10~15일 전에 성빈이를 현지로 미리 보냈어요.”

손 코치는 성빈이의 체중 조절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옵티미스트는 유소년 입문용으로 길이가 2.3m이고 선체 무게가 35㎏밖에 안 되는 작은 배이기 때문에 만 16살 미만 선수만 탈 수 있다. 박성빈의 키와 몸무게는 155㎝, 46㎏다. 손 코치는 “한창 클 땐데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올해 초부턴 점심때 밥 반 공기나 한 공기를 먹고, 아침저녁엔 열량이 낮은 셰이크와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알약만 먹었다”고 말했다.

박성빈은 아들로서도 ‘만점’이었다. 개구쟁이지만 지금까지 속을 썩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결혼 전엔 삼촌이라 부르다가 결혼하니 금방 아빠라고 부르더라고요. 기특하죠.” 요트를 지도할 땐 수도 없이 혼을 냈다. 유독 눈물이 많은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훈련하다 잘못을 하면 대표팀 담당 코치보다 더 많이 야단을 쳤다고 했다. “‘친아버지도 아닌데 이렇게 혼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히려 더 혼냈어요. 미안하죠. 앞으론 아버지로서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요.” 경기장을 찾은 박성빈의 어머니는 금메달을 딴 아들이 남편과 진한 포옹을 하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한국 요트 대표팀은 이날 박성빈을 비롯해 레이저의 하지민(25·인천시체육회), 470의 김창주(29)·김지훈(29·이상 인천시체육회), 호비16의 김근수(34)·송민재(이상 부안군청)가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420의 이나경(18)·최서은(18·이상 양운고)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30일엔 매치레이스의 박건우(33·부산시청), 조성민(27·부산시청), 김성욱(30·해운대구청), 양호엽(23·해운대구청), 채봉진(31·여수시청)이 금메달을 노린다. 요트 모든 종목의 시상식은 30일 열린다.

인천/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전지희, 신유빈과 대결 뒤 조촐한 은퇴식…“마지막 경기 특별했다” 1.

전지희, 신유빈과 대결 뒤 조촐한 은퇴식…“마지막 경기 특별했다”

NBA 돈치치 떠나보낸 댈러스팬 ‘농구장 앞 장례식’ 2.

NBA 돈치치 떠나보낸 댈러스팬 ‘농구장 앞 장례식’

축구협회장 선거 26일 재개…허정무·신문선·정몽규 ‘3파전’ 3.

축구협회장 선거 26일 재개…허정무·신문선·정몽규 ‘3파전’

프로당구 PBA, 2부 파이널 신설해 상금 6천만원 4.

프로당구 PBA, 2부 파이널 신설해 상금 6천만원

프로축구 32살 이명재의 도전…영국 3부리그 팀과 단기 계약 5.

프로축구 32살 이명재의 도전…영국 3부리그 팀과 단기 계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