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진혁이 시상식 후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결승서 0-4 뒤지다 6-4 역전승
“마지막 8점 ‘아차’…운 따랐다”
“마지막 8점 ‘아차’…운 따랐다”
오진혁(33·현대제철)의 마지막발이 과녁에 꽂히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세트점수 0-4에서 4-4로 어렵게 쫓아갔지만 최종 5세트 3발에서 10점, 9점을 쏜 뒤 마지막에 8점을 쐈다. 실수였다. 낙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9점, 9점을 쏜 결승 상대 융즈웨이(중국) 역시 8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오진혁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오진혁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부담이 많았다. 남녀 통틀어 대표팀 최고참인 오진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남자팀은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함께 개인전에 출전한 세계랭킹 1위 이승윤(19·코오롱)은 16강에서 융즈웨이에게 지며 탈락했다.
‘안방’의 부담도 그를 압박했다. 양궁, 사격 등 집중력이 중요한 종목의 세계 정상 선수들에겐 관심이 집중되는 홈경기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이날도 관중들의 시선과 언론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에게 집중됐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국제 대회에선 관중들이 외국어로 말을 하기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지만, 모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국내 대회에선 집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격 간판 진종오도 7.4점이라는 뼈아픈 실수를 하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의 한을 풀지 못했다.
오진혁의 부담이 컸지만 중국 선수의 ‘공한증’은 더 컸다. 세계 최강을 상대한 융즈웨이는 세트점수 4-0으로 승기를 잡은 3세트에서 8점을 쏘며 추격을 허용하더니, 마지막에도 치명적 실수를 하며 자멸했다. 대역전승을 거둔 오진혁은 “마지막에 바람이 약간 있었지만 오조준을 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쐈다. 8점이 나와 아차 싶었지만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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