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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금’보다 찡한 다윗들의 무한도전

등록 2014-09-25 20:35수정 2014-09-25 22:14

몰디브 여자핸드볼·몽골 야구 등
큰 점수로 졌지만 관중들 갈채
“자신감 얻었다” 미소 잃지 않아
네팔 양궁·몽골 농구는 이변 연출
4경기 233실점 19득점. 몰디브 여자핸드볼팀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전패를 당하면서 받은 성적표다. 46살 노장 골키퍼 하미드 이슈라트가 온 몸을 던져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말레 국제공항에서 항공신호 관리자로 일하는 그는 넉달 동안 합숙훈련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동료들도 세관원이나 출입국 관리 직원, 고교생 등이다. 몰디브 선수 14명이 모두 ‘전문 체육인’이 아니다. 훈련량 부족 탓에 대회 도중 선수 40%가 부상에 시달렸다. 50점 차 이상 패배가 3경기, 일본과의 조별리그 2차전은 무려 0-79로 졌다. 하지만 이슈라트는 “핸드볼 코치 자격증을 따고 대표팀을 꾸린 지 4개월 만에 플레잉코치로 출전했다. 몰디브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해 대패를 했지만 큰 대회를 경험한 게 자랑스럽다”며 결과에 개의치 않았다. 경기 뒤 환한 미소를 짓는 몰디브 대표팀에 관중들의 갈채가 쏟아졌다.

승패를 떠나 도전을 즐기는 이들은 ‘다양성이 여기서 빛난다’(Diversity Shines Here)는 이번 대회 슬로건에 걸맞은 모습으로 대회를 빛내고 있다. 특히 10개 종목 142명의 선수를 출전시킨 몰디브 선수단의 ‘무모한 도전’은 경기력을 넘어 대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공무원들로 팀을 꾸린 몰디브 여자 축구팀은 예선 3경기에서 38골을 내주고도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선수들 모두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한 몰디브의 아드안 무타심은 같은 조 1위 쑨양(중국)이 3분대로 결승점을 터치한 뒤 2분 후에 코스를 완주했다.

2010 광저우대회 때 출전 선수 11명이 배트 한 자루만 챙겨와 화제를 모았던 몽골 야구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에 콜드게임패(0-15) 했다. 뭉크세크 몽골 감독은 “우리 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기량도 조금씩 늘고 있다. 게임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도 강국’인 몽골의 아름다운 패배가 오히려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장면도 있었다. 지난 22일 아시안게임에 처음 도입된 여자 유도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의 문흐투야 바툴가(80㎏)가 자신보다 70㎏이나 더 나가는 마쓰쓰(중국)를 상대로 쉬지 않고 업어치기를 구사하는 모습이 그랬다. 바툴가는 공격이 먹히지 않으면서 결국 패했지만, 관중들의 환호와 마쓰쓰의 위로를 받으며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대표팀을 꾸린 지 6개월 만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홍콩 등과 대결에서 석패한 한국 여자 크리켓 대표팀의 분전도 돋보였다.

스포츠의 거인들을 꺾는 이변도 있었다. 남자 농구 최약체로 꼽히던 몽골은 우승 후보인 세계 28위 요르단을 꺾었고, ‘양궁 불모지’였던 네팔은 한국의 이충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이번 대회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이 나라마다 경기력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 대회는 스포츠 약소국들의 도전과 성장이 가능한 무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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